
한국도로공사의 행담도 개발 사업 현장에서 24일 매립공사가 한창 진행되고 있다. 당진/연합
‘행담도 개발사업 의혹’
주식담보제공 관련 “원만한 해결을”압박
당시 도공선 “투자사 요구 비현실적”거부
‘지급보증’의문엔 도공 “손해없다”해명
한국도로공사의 충남 당진 행담도 개발 사업을 둘러싼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특히 감사원의 감사가 진행되면서 동북아시대위(위원장 문정인)의 행적에 대한 의문점은 갈수록 증폭되는 양상이다. 감사원은 애초 25일로 예정된 감사일정을 연장해 추가 조사에 나섰으며, 한나라당은 이번 사건을 ‘제2의 오일게이트’라고 규정하는 등 벌써부터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다.
|
||||
동북아시대위 적극 개입 논란=동북아시대위와 관련한 의혹의 핵심은 지난 2월 싱가포르계 투자회사인 이케이아이(EKI)의 요청에 따라 도공 쪽에 주식담보 제공에 대한 동의를 ‘압박’한 대목이다. 이케이아이는 싱가포르 투자사인 이콘(ECON)의 자회사다. 한국도로공사는 지난 1999년 행담도 개발을 위해 이콘, 현대건설과 함께 행담도개발㈜을 설립했다. 도로공사가 10%, 이콘이 63.9%, 현대건설이 26.1%씩 지분을 나눠 가졌다. 이콘은 2001년 1월 1단계 사업인 휴게소 영업이 시작되자 한국 자회사인 이케이아이를 설립하고, 이 회사에 행담도개발㈜의 주식을 양도했다. 이어 2002년 11월에는 현대건설이 컨소시엄에서 탈퇴해, 이콘사의 지분이 90%로 늘어났다. 이케이아이는 그러나 2003년 7월 위락시설을 조성하는 2단계 사업에 들어가자 자금조달의 어려움을 맞이했다. 모회사인 이콘이 법정관리 상태에 들어가 추가투자 여력을 상실한 것이다. 이에 따라 도공은 지난해 1월 이케이아이의 차입금을 상환하지 못할 경우 도공이 주식을 매입한다고 약속하는 ‘불평등 계약’을 맺었지만, 이런 조처로도 자생력을 찾지 못한 이케이아이는 도공에 추가로 주식담보 제공을 요청했다. 도공은 당시 이케이아이의 요구가 ‘비현실적’이라며 거부했지만, 동북아위는 “외자유치 사업과 연관된다”며 ‘원만한 해결’을 요구했다는 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지난해 9월 동북아시대위가 행담도개발㈜에 써준 외자유치 지원의향서(레터 오브 서포트)도 논란이 될 조짐이다. 행담도개발 채권은 애초 씨티뱅크 주관으로 싱가포르에서 발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 채권은 지난 2월 뉴욕에 있는 달러표시 기금이 구매했으며, 이를 운영하는 주체가 우정사업본부(6천만달러)와 교원공제회(2300만달러)였다. 결국 돌고 돌아 국내 정부 부처와 공공기관 돈으로 행담도 개발 사업을 하게 된 셈이다. 이에 대해 정통부와 공제회 쪽은 “금리도 높고 도공이 사실상 보증을 서고 있어 투자했다”고 밝혔다. 이 사이인 지난해 9월, 동북아위는 문제의 ‘행담도 개발’ 해외 채권 발행 추천서를 발급했다. 문 위원장은 “돈이 교원공제회와 우정사업본부에서 나왔다는 것은 사건이 터진 뒤인 최근에야 알았다”며 “대통령에게 이 사안을 보고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
||||
주식 선매계약=도로공사도 의혹의 대상에서 완전히 벗어나긴 어렵다. 이케이아이의 자금조달이 진행되던 지난해 1월, 도공은 이케이아이의 요청이 있을 경우 2009년부터 이케이아이의 행담도개발㈜ 주식을 1억500만달러에 구입해주기로 하는 내용의 ‘주식 선매계약’을 체결했다. 사실상의 지급보증 계약이었다. 일부 언론은 “이케이아이는 사업이 실패해도 투자한 돈보다 더 많은 돈을 도로공사로부터 받을 수 있게 됐다”며 ‘불평등 계약’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도공 쪽은 사업이 실패해 주식을 매입하는 사태가 발생하더라도 △행담도 사업 경영권 △연간 영업이익 100억원의 행담도휴게소 △7만평의 매립지와 개발시설 등을 모두 넘겨받도록 해뒀기 때문에, 최악의 경우에도 재무적 피해는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도공 쪽은 또 투자금은 전액 시설물 투자에 투입되므로 가치하락이 없는데다 공동계좌를 통해 함께 관리하기로 약정해 두고 있어, 위험부담은 전혀 없다고 해명했다. 도로공사가 휴게소와 골프장을 포함한 리조트 사업을 벌인 것도 논란이 되고 있다. 도로공사가 본연의 일이 아닌 리조트 개발에 뛰어들어 외국계 회사에 특혜를 주는 계약을 맺은 것은 철도공사가 유전개발 사업에 손댔다가 돈을 떼인 것과 흡사하다는 것이 일부 언론의 주장이다. 윤호중 열린우리당 의원도 “행담도는 그동안 도로공사가 해오던 휴게소 계약과는 다르게 외자 유치에 유리하도록 한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김재복씨 역할=이번 사건에선 행담도개발 대표를 맡고 있는 김재복(40)씨도 관심의 인물이다. 그는 이 사업 이외에도 전남의 제이(J) 프로젝트, 서남해안 개발사업인 에스(S) 프로젝트에도 관여돼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행담도개발의 채권 발행 등과 관련한 정치적 ‘배경’에 대해서도 의심의 눈초리를 받고 있다. 도공 관계자는 “애초 이콘 사장은 싱가포르 국적의 ‘조셉 신’이었으나, 1999∼2001년 사업이 어려워지면서 언어소통 문제도 있고 해서 이콘 본사에서 2001년 11월께 김재복씨를 감사 자격으로 보냈다가 곧 사장으로 발탁했다”며 “김씨의 배경 등에 대해서는 알지 못한다”고 밝혔다. 김성걸 허종식 기자 skkim@hani.co.kr
|
||||
‘유전의혹’ 전철 안밟으려 관련자 출금등 ‘발빠른 대응’ 특별감사 나선 감사원 지난 3월31일 한국도로공사에 대한 연례 재무감사에 나선 감사원이 충남 당진 행담도 개발사업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지난 4월말께인 것으로 전해진다.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통상 2∼3주가 걸리는 재무감사를 마감한 뒤 자료분석에 나선 감사원은 행담도 개발사업과 관련해 △투자협정 △신용보증 계약 △우정사업본부 등의 채권인수 등 크게 3가지 측면에서 문제점을 발견했다. 이들 문제가 적법한 절차에 따라 진행됐는지, 위법한 사항이 있다면 외압은 없었는지에 감사의 초점이 맞춰졌다. 이에 따라 감사원은 4월말에서 5월초까지 일종의 ‘내사단계’에 들어가, 행담도 개발사업과 관련한 자체 정보수집에 나섰다. 감사원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조사를 벌인 끝에 의혹이 생각보다 크다는 판단을 내리고, 사실상의 ‘특별감사’에 들어간 시점이 지난 11일”이라고 말했다. 본격적인 감사에 들어간 지 이틀만인 13일, 감사원은 김재복 행담도개발㈜ 대표이사에 대한 출국금지를 관계당국에 요청했다. 지난 ‘철도청 유전개발 의혹’ 때 민간인 신분인 허문석 코리아크루드오일(KOC) 대표에 대해 출국금지 요청을 하지 않았다가 허씨가 국외로 도피하면서 낭패를 본 경험이 낳은 ‘발빠른 대응’이었다. 애초 25일로 도로공사에 대한 공식 감사절차를 마무리할 계획이었던 감사원은 의혹이 꼬리를 물면서 일단 이달 말까지 감사 일정을 연장하기로 했다. 행담도 개발 사업을 주도한 김재복씨에 대한 감사원의 직접 조사도 아직까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서울 시내 한 곳으로 불러 벌인 오점록 전 한국도로공사 사장에 대한 조사는 “사실상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감사원은 오 전 사장과 김씨 등 출국금지 대상자에 대해선 검찰에 수사를 의뢰하지 않겠느냐는 전망에, “위법성이 있어서가 아니라 조사할 필요가 있어 출금 요청을 했을 뿐”이라며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였다. 정인환 기자 inhwan@hani.co.kr
관련기사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