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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검증할수록 커지는 의혹 청문회보며 검사들 동요

등록 2009-07-14 22:16수정 2009-07-14 23:38

천성관 사퇴 배경은
천성관 검찰총장 후보자의 사퇴는 임명될 때만큼이나 전격적이었다.

천 후보자는 14일 밤 갑작스레 사의를 밝혔다. 지난달 21일 검찰 안팎의 예상을 깨고 이명박 대통령에게 ‘낙점’을 받은 지 23일 만이다. 형식은 천 후보자의 자진 사퇴지만, 내용은 청와대의 지명 철회로 받아들여진다. 실제로 청와대는 사의를 바로 수용했다.

지난해 이명박 정부 출범 뒤 각종 의혹이 제기된 공직 후보자에 대해 이처럼 신속한 ‘조처’를 한 전례가 없다는 점에서 천 후보자의 사퇴는 의외로 받아들여진다. 그러나 속내를 따져 보면, 천 후보자를 둘러싸고 제기된 여러 의혹들이 그냥 덮거나 무시하고 넘어가기 어려운 지경에 들어섰다는 정무적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볼 수 있다.

특히 13일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치면서 천 후보자 관련 의혹이 해소되기는커녕 오히려 증폭되는 양상을 보인 점도 이런 판단에 결정적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의혹투성이 검찰총장이 그대로 임명될 경우, 각종 공세의 표적이 되면서 검찰은 물론 정권에 짐이 될 것이 분명해 보였다. 특히 천 후보자가 지휘·장악해야 할 검사들이 인사청문회를 지켜본 뒤 크게 동요한 것이 이 대통령의 ‘결단’을 앞당긴 요소가 됐음 직하다.

천 후보자는 인사청문회에 앞서 국회의 자료제출 요구는 물론 13일 청문회에서도 의원들의 문제 제기에 모르쇠로 일관해 불신을 키웠다. 천 후보자와 인사청문 준비팀은 여야 의원들이 요구한 85건의 관련 자료를 자료제출 마감시한(10일)까지 하나도 내지 않았다. 천 후보자가 집을 사는 데 무려 15억5000만원을 빌려줬다는 사업가 박아무개씨는 청문회 증인으로 채택된 직후인 지난 7일 일본으로 출국했다 인사청문회가 마무리되던 13일 저녁 몰래 귀국했다. 출국 배경을 놓고 의원들이 천 후보자를 닦아세웠지만, 그는 “(박씨와) 연락이 닿지 않았다”는 간단한 답변으로 이를 피해가려 했다.

이 때문에 여당 내부, 특히 친이 직계로 분류되는 의원들조차 “여론이 납득하지 못할 것”이라고 우려했고, 민주당은 “내정을 철회하지 않으면 검증을 계속하겠다”며 팔을 걷어붙였다. 검사들 사이에서도 자격 문제를 거론하는 이들이 늘어났다. 수도권의 한 부장검사는 “우리가 조사실에서 피의자한테 (천 후보자의 해명과 같은) 대답을 들으면 호통을 치는데, 조직의 총수를 하겠다는 사람이 호통 들을 수준의 대답을 하는 걸 보고 정말로 낯이 뜨거웠다”고 말했다.

이런 분위기를 의식해서인지 천 후보자 쪽은 이날 오후 3시께 20쪽에 이르는 청문회 해명자료를 내며 ‘반전’을 시도했다. 그러나 전날 청문회에서 답변한 것 이상의 내용이 담겨 있지 않았고, 이 때문에 의혹은 전혀 가시지 않았다.

분위기가 심상찮게 돌아가자 법무부는 이날 일선 검사들을 대상으로 의견 수렴에 들어갔다. 여기에 답한 상당수 검사들은 “검찰총장직을 수행하기에 부적절하다”며 사퇴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졌다. 이 때문에 임명 강행이라는 무리수를 두느니 ‘카드’를 바꾸는 게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법무부가 청와대에 냈고, 결국 청와대와 조율 끝에 후보자의 자진 사퇴를 수용하는 형식으로 짐을 더는 선택이 내려진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는 소홀한 사전 검증으로 모양새를 구긴 데 이어, 이미 물러난 천 후보자의 선배 기수나 동기들을 대상으로 새 후보자를 찾아야 하는 고역을 치르게 됐다.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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