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체합산 점유율 30% 제한’ 의미는
15일 신문·방송 겸영 허용 조건을 ‘매체 합산 시장점유율 30%’로 하자는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언론관계법 ‘대안’을 두고 언론 전문가들 사이에선 “진입 규제를 완화해 신문에 방송을 주자”는 안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많다.
매체 합산 시장점유율에 대해 아직까지 엄밀하게 합의된 개념은 없으나, 신문이나 방송 등 전 매체를 총합해 하나로 보고 이 가운데 특정 기업이나 신문이 보유하고 있는 각 매체들의 시장점유율을 합한 비율로 산출한다.
박근혜계인 이정현 한나라당 의원은 박 전 대표의 발언을 “신·방 겸영 이후 (한 회사의 매체) 시장점유율이 30%를 넘는 것은 독과점 우려가 있으니 사후 규제를 두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의원은 또 “현재는 신문이 방송을 갖고 있지 않은 상황에서 매체 합산 점유율 평가라는 게 무의미하다. 일단 진출을 허용하고 이후 독과점을 막는 규제로 제안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 전 대표가 제시한 ‘시장점유율 30%’를 적용할 때 신문 시장을 과점하고 있는 <조선일보>와 <중앙일보>, <동아일보> 등 보수 신문의 방송 진출을 막기 힘들다. 조선이 신문 시장에서 30%의 구독점유율을 보인다고 하더라도 방송과 인터넷 등 다른 매체들과 더할 경우 이 수치는 크게 떨어진다. 겸영 대상이 되는 방송의 시장점유율을 따져, 사후 규제를 할 수는 있겠지만 원천적으로 방송 진출을 막기는 힘든 것이다.
박 전 대표의 제안에 대해 “‘불가능한 방법’으로 규제하겠다는 ‘불가능한 제안’”이란 지적도 많다. 한국 신문 시장엔 시장점유율 계산의 전제조건인 ‘투명한 시장’이 존재하지 않는 까닭이다.
거대 신문의 불법과 탈법으로 얼룩진 한국 신문 시장에서 ‘매체 합산 시장점유율 30%’를 산출하는 것 자체가 현실적으론 ‘난센스’에 가깝다. 정연구 한림대 교수가 “매체별 점유율 합산을 논의할 첫 단계부터 엉클어져 있는 현실에서, 박 전 대표의 제안은 정치적 입지를 유지할 목적으로 논란만 던져놓고 각자 싸워주길 바라는 무책임한 태도”라고 비판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종 매체간 시장점유율 합산은 기술적으로 넘어야 할 산도 많다. 각각 시청률과 구독률·열독률이란 서로 다른 셈법을 사용하는 방송과 신문을 두고 수치로만 영향력을 산출하기엔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김서중 성공회대 교수는 “방송 시청률이 10%만 돼도 400만 시청자가 본 걸로 파악하는데, 최다 독자를 확보한 조선의 발행 부수가 200만 정도”라며 “수치에서는 뒤지지만 내용 전달력이나 시청자·독자에 대한 영향력에서 보면 자발적 행위에 따른 신문 구독이 더 클 수 있다”고 말했다.
이문영 신승근 기자 moon0@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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