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100일 원외투쟁 첫날
의원직 사퇴서를 낸 정세균 민주당 대표는 28일 의원 배지를 뗀 가슴에 ‘언론악법 원천무효’라고 적힌 어깨띠를 둘렀다. 엿새간 단식투쟁을 했던 그는 아직도 죽과 약을 먹는다고 한다. 이제 한여름 거리에 선 그는 시민들에게 언론관계법이 재투표, 대리투표 등 부정으로 얼룩졌다는 내용의 홍보물을 돌렸다. ‘언론악법 원천무효 1000만인 서명’ 종이에도 시민들과 함께 자신의 이름을 적었다.
연설차에 오른 정 대표는 “민주주의가 중차대한 위기에 처해 이 자리에 나왔다”며 “언론악법 무효화 투쟁에서 승리해 민주주의가 더는 후퇴하지 않게 국민의 힘으로 민주주의를 지켜 달라”고 호소했다. 시민들의 반응은 다양했다. 무심히 지나치는 이들도 있고 관심 있게 지켜보는 이들도 있었다. 한 할머니는 “한나라당이 부자정책만 내놓더니 이제 와서 서민, 서민하는 건 웃긴 것 아니냐. 잘못은 한나라당이 했으니까 민주당이 의원직을 사퇴해선 안 된다”며 정 대표의 손을 꼭 잡았다.
민주당이 이날 오후 서울 영등포역 홍보를 시작으로 ‘언론악법 원천무효와 민생회복’을 위한 100일간의 원외투쟁 대장정의 첫발을 뗐다. 퇴근시간에 맞춰 서울 신촌에서도 홍보를 이어간 민주당은 지난 22일 한나라당이 언론관계법을 강행 처리한 모습이 담긴 영상을 차에 설치한 화면으로 보여주며 ‘그날’을 다시 각인시켰다.
거리홍보엔 정 대표 외에도 김진표·송영길·김민석·장상 최고위원, 유선호·최영희·김상희·백원우 의원 등 10여명 남짓 지도부와 소속 의원이 나왔다. 김민석 최고위원은 영등포역 지원 연설에서 “동물농장에서 생쥐가 반장을 하겠다고 나선 뒤 사회자랑 짜고 당선 결과가 나올 때까지 계속 투표한 것과 같다”며 방송법 재투표를 비판했다.
민주당은 거리홍보에 앞서 영등포 당사에서 ‘언론악법 원천무효·민생회복 투쟁위원회(위원장 정세균 대표) 발대식을 열어 대장정 결의를 다졌다. 이강래 원내대표는 “헌법재판소에서 무효 판결을 해 한나라당이 풍비박산나기 전에 한나라당이 원천무효를 선언하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다만, 발대식엔 의원 40여명 등 200여명의 당원·당직자가 참석했으나, 의원 숫자가 그대로 첫날 거리홍보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민주당은 이번주 수원·안산(29일) 등 수도권을 중심으로 돈 뒤 전국 각지로 홍보전을 확대한다. 대장정 중에 시민·사회단체와 같이 광주·서울 등에서 시국대회도 열 계획이다.
송호진 기자 dmz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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