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행담도 개발사업 의혹' 커지는 반박론
채권 산 '국내돈' 866억원으로 증자
"이콘, 1500억 모집…허가 지연탓 곤경"
한국도로공사의 행담도 개발사업을 둘러싼 의혹이 줄을 잇고 있는 가운데, 이들 의혹의 주요 내용에 대해 상반되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싱가포르쪽과 맺은 협약이나 투자자금 유치 과정 등에 대한 일부 의혹이 금융거래의 관행이나 현실에 비춰 다소 무리한 비판이 아니냐는 게 이런 주장의 요지이다. 자본투자협약= 도로공사와 행담도개발㈜이 지난해 1월 체결한 자본투자 협약의 성격에 대해서부터 해석이 엇갈린다. 일부 언론 등 의혹을 제기하는 쪽은 이번 감사원 감사의 시발점이 된 이 계약에 대해 ‘사업이 실패해도 투자금을 되돌려주는 불평등 계약’이라고 지적했다. 감사원도 같은 시각인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도공쪽은 26일 문제가 된 자본투자협약이 ‘보증’이 아니라 국제 금융업계의 일반적 관행인 ‘신용지원’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일종의 ‘립 서비스’라는 설명이다. 행담도개발㈜이 도공 명의의 자본투자협약서를 들고 국내 은행을 상대로 차입에 나섰을 때 거부당한 것도 이 때문이라는 것이다. 도공쪽은 그러나 한국신용평가가 행담도개발㈜에 대해 ‘AAA’로 평가하고 외국 신용평가기관인 무디스나 피치가 높은 평가를 내리는 등 사업 자체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평가가 지배적이라고 주장했다. 외자 대신 국내돈?=싱가포르 투자회사인 이콘 등이 지난 2월 국내에 들여온 돈이 외자가 아니라 국내 돈이라는 점에 대해서도 해석이 다르다. 당시 행담도개발㈜이 발행한 채권은 정보통신부 우정사업본부(6000만 달러)와 교원공제회(2300만 달러)가 매입했다. 외자유치 사업이지만 국내조달 사업에 그쳤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그러나 도공은 해외채권 발행에 대해 “문제의 8300만 달러는 해외자본 유치를 위한 증자용이며, 차후에 3억 달러 규모의 해외자본 유치를 계획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사업 초기 행담도개발㈜의 납입자본금은 100억원밖에 되지 않았으며, 이 정도 액수로는 해외투자자를 안심시킬 수 없어 자본금 증자가 불가피했기 때문에 우선 8300만 달러를 끌어왔다는 것이다. 행담도개발㈜은 지난 3월 채권으로 조달한 돈 가운데 866억원을 자본금으로 증자해 납입자본금을 966억원으로 늘렸다.
이런 맥락에서 동북아시대위와 건설교통부가 채권 발행에 유리하도록 추천서를 발급한 것도 이런 외자 유치를 의식했기 때문이라는 게 도공쪽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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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관련해 행담도개발㈜에서 지금까지 들어온 돈은 1단계 사업 당시 500억원과 2단계 채권 조달액 8300만 달러이며, 이 가운데 외자는 1단계로 싱가포르에서 들어온 90억원이다. 도공 관계자는 “사업 초기에 싱가포르쪽 투자자 이콘은 해외 투자자로부터 1500억원 상당의 자금을 모집했지만 행담도 매립 허가가 2년간 지연되면서 투자자들이 흩어졌다”며 “이 때문에 싱가포르 투자회사가 곤경에 빠졌던 것”이라고 말했다. 신용지원협약=도공이 행담도개발㈜과 2003년 9월 계약을 맺으면서 담보 제공 등을 위해 행담도개발㈜이 요구하면 도공이 자동적으로 동의하도록 계약을 변경하는 ‘특혜’를 주었다는 의혹도 있다. 이에 대해 도공쪽은 지난 2003년 9월 맺은 ‘신용지원협약’의 제7항에 “한국도로공사가 행담도개발의 채무의 지급을 보증하는 것으로 간주되지 아니한다”고 ‘보증부인’ 조항을 두고 있어 특혜가 아니라고 반박했다. 한편, 도공쪽은 행담도 개발의 사업성도 높다고 강력히 주장하고 있다. 도공쪽 계산을 보면, 행담도 휴게소 사업에서 휴게소 운영업자들이 위탁경영사에 내는 돈은 매출액의 50%이다. 행담도개발㈜은 이 금액의 20%를 받도록 돼있다. 현재 매출액이 매월 200억원을 넘고 있어서 행담도개발쪽은 매월 60억원을 거둬들이는 셈이다. 도공은 2009년 이전에 행담도개발 파산해 행담도개발㈜에 1억500만원을 반환하더라도 이런 영업권을 회수하기 때문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강변하고 있다. 김성걸 허종식 기자 skkim@hani.co.kr
김재복은 누구 '파이낸싱의 귀재'-'현대판 봉이 김선달' 평가 엇갈려 행담도 개발 사업의 핵심 인물인 김재복(40) 행담도개발㈜ 대표이사에 대한 평가는 극과 극을 달린다. 한쪽에선 ‘첨단 금융기법에 정통한 파이낸싱의 귀재’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지만, ‘사기성 짙은 현대판 봉이 김선달’이라는 악평도 만만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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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씨와 친분이 있는 이들은, 어려서 부모를 잃은 김씨가 국내의 한 이탈리아계 수녀원에서 성장했다고 말한다. 고등학교를 마친 김씨는 국내의 한 대학에 진학해 2학년까지 다니다, 누나가 의사로 일하고 있는 독일로 옮겨갔다. 김씨는 독일에서 공학 분야의 명문인 아헨공대에 진학했지만, 역시 졸업을 하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독일 회사에서 일하던 김씨는 한 다국적 호텔 체인 업체 계열사의 캄보디아 지사 엔지니어로 파견되면서 싱가포르와 인연을 맺게 됐다. 행담도 사업의 한 관계자는 “당시 김씨가 근무하던 업체의 대주주가 싱가포르계 자본이었는데, 현지에서 김씨가 두각을 나타내자 싱가포르 전력청에 소개를 해준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김씨의 이름이 한국에 알려지기 시작한 건 충남 서산의 한 공단에 진출한 싱가포르 전력청의 현지 관리자로 귀국한 이후인 것으로 보인다. 이때 김씨는 주한 싱가포르 대사와 친밀한 사이가 됐으며, 결국 행담도 사업까지 이어지게 됐다는 게 주변 인물들의 말이다. 서남해안 개발사업 기획단계에서 연구용역을 맡았던 문동주 서울대 교수는 “2003년 말부터 기초조사를 시작했는데, 이 과정에서 한 후배의 소개로 만난 김씨가 자료수집도 해주고 자문도 응해줬다”며 “젊은 사람임에도 개발사업 및 파이낸싱 분야에서 상당한 전문가라는 인상을 받았다”고 말했다. 김씨의 이름은 농협물류㈜와 싱가포르 업체 사이 유기농 농산물 동남아 지역 수출 협약에도 거론되고 있다. 이 때문에 일부에선 김씨가 사실상 ‘싱가포르 정부의 대리인’ 노릇을 하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행담도 사업의 한 관계자는 “첨단 금융기법에 익숙지 않은 이들은 자기 돈 한 푼 투자하지 않고 남의 자금을 끌어대 대규모 개발사업을 벌이는 김씨를 ‘현대판 봉이 김선달’로 볼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싱가포르 투자청(GIC)은 이날 자료를 내어 “김씨를 통해 한국에 투자한 일이 없으며, 투자와 관련해 어떤 자문도 받은 일이 없다”고 밝혔다. 정인환 기자 inh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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