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 한·중·일 공동역사교과서 <미래를 여는 역사>가 4년여 작업 끝에 모습을 드러냈다. 26일 오전 서울 중구 명동 은행회관에서 공동기자회견이 열려 일본 필진을 대표한 다와라 요시후미(오른쪽에서 세번째) ‘어린이와교과서네트워크21’ 상임운영위원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성보 연세대교수, 양미강 교과서운동본부 상임공동운영위원장, 서중석 상임공동대표, 다와라, 중국 필진을 대표한 룽웨이무 중국사회과학원 부주임, 젠자오핑 홍콩기념항일수난동포연합회 주석.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공감의 역사 첫줄 쓰다 동아시아의 ‘평화와 연대’를 위한 노력의 산물인 한국·중국·일본 공동 역사교과서가 4년여의 작업 끝에 모습을 드러냈다. 한·중·일 공동 3국 역사편찬위원회(편찬위원회)는 26일 오전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공동기자회견을 열어 동아시아 근·현대사를 세 나라 학자들이 공동 집필한 <미래를 여는 역사>의 출간을 발표했다. 독일·프랑스, 독일·폴란드가 각각 공동역사교과서를 만들었지만, 유럽 밖에서 또 세 나라가 공동교과서를 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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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 편찬위원회는 취지문에서 “동아시아의 밝은 미래를 위해 지난 4년 동안 분투해 왔다”며 “우리는 3개국이 공통의 역사의식을 갖는 게 가능함을 확인했으며, 이 책이 담은 평화와 상호 존중의 소망이 확산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편찬위원회는 8월 집필 백서를 발간하고, 앞으로 전근대사까지 포괄하는 공동교과서 발간도 추진하기로 했다. 또 8월 일본 후소사의 왜곡역사 교과서 채택을 막기 위한 공동행동에 나서고, <미래를 여는 역사>의 보급에 힘을 기울이기로 했다. 이 책은 2002년 중국 난징에서 열린 제1회 ‘역사 인식과 동아시아 평화포럼’에서 세 나라 학자들과 시민단체들 사이에 발간 합의가 이뤄졌다. 세 나라 학자들은 그동안 11차례의 국제회의를 진행하며 원고 교환과 토론, 수정 작업을 벌여왔다. 필진으로는 한국에서 서중석 성균관대 교수 등 23명, 중국에서 부핑 사회과학원 근대사연구소장 등 17명, 일본에서 오비나타 스미오 와세다대 교수 등 14명이 참여했다. 공동필진의 한국 쪽 대표인 서 교수는 “이제 각국의 역사를 세계사의 한 부분으로서만 보는 시각을 벗어나 동아시아 전체의 시각에서 역사를 바라보는 시각을 갖게 됐다”며 “학생층뿐 아니라 일반시민들을 위해서도 의미있는 책”이라고 밝혔다. 일본 필진을 대표해 참석한 다와라 요시후미 어린이와 교과서네트워크21 상임운영위원은 “일본 안에서 이 책이 널리 읽혀, 청소년과 시민들이 한·중·일 역사인식을 공유하는 데 기여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중국 필진을 대표한 룽웨이무 중국사회과학원 부주임은 “세 나라 청소년들의 상호 이해 촉진에 기여할 책”이라고 평가했고, 젠자오핑 홍콩기념항일수난동포연합회 주석은 “세 나라의 모든 교육자들이 노력해 군국주의의 재발을 막자”고 말했다. 19세기 중반부터 2차대전 이후까지의 근·현대 동아시아사를 교류사적·평화주의적 입장에서 기술한 부교재 성격의 이 책은 250여쪽으로 이뤄졌다. 일본에서는 27일, 중국에서는 다음달 8일 발간된다. 또 미국 하와이대에서 영문판 번역이 진행 중이며, 대만에서도 출간될 예정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출판기념식에 보낸 영상 축사에서 “나도 이 책을 읽고 있다”며 “세 나라 학자들이 많은 어려움을 딛고 역사가의 사명감으로 책을 완성했는데, 정부 차원의 공동연구에도 큰 진전이 이뤄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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