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 전 대통령이 14일 오전 김대중 전 대통령이 입원하고 있는 서울 신촌 세브란스병원을 방문해, 김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씨에게 위로의 말을 전한 뒤 승강기에 올라 인사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전두환 전 대통령은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씨를 보자마자 “아이고 얼마나 고생이 많으시냐”며 손을 잡았다. “상태가 계속 나빠지시는 것 같아 휴가 중에 (이렇게) 왔다”며 걱정의 마음을 내비치기도 했다. 1980년 당시 ‘전두환 신군부’는 내란음모죄로 김 전 대통령에게 ‘죽음’(사형)을 선고하는 등 정치적 탄압을 가했지만, 이제 병석에 누운 김 전 대통령을 찾아간 전 전 대통령은 “쾌차하셔서 외국여행도 하시고, 좋은데도 가셔야 하는데…”라며 쾌유를 빌었다.
전 전 대통령이 14일 33일째 서울 신촌 세브란스 병원에 입원 중인 김 전 대통령을 병문안했다. 중환자실에서 집중치료 중인 김 전 대통령을 직접 보지 못한 채 20층 브이아이피(VIP) 대기실에서 이희호씨를 만난 그는 “김대중 대통령이 현직에 계실 때 전직(대통령)들이 제일 행복했다”고 떠올렸다. 그는 “김 전 대통령 재임기간 10번 가까이 (청와대에) 초대받아 세상 돌아가는 상황도 상당히 파악할 수 있었고 도움도 많이 받았다”며 “이명박 대통령도 전직 대통령의 의견을 들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둘째아들 김홍업 전 의원 등과 같이 전 전 대통령을 맞은 이희호씨는 “와주셔서 감사하다”고 인사했다.
전 전 대통령은 이날 기자들의 질문은 받지 않았다. 취재진이 ‘병문안의 의미’ 등을 물었으나 “나에게 무슨 얘기를 듣고 싶은 건가”라고만 말했다. 그는 한 시민의 ‘학살자!’란 외침을 뒤로한 채 차에 올랐다.
박지원 민주당 의원은 “(1996년 구속됐던) 전 전 대통령이 연희동 사저까지 국가에 헌납했을 때 김 전 대통령이 ‘집 한채는 있어야 하는 것 아니냐’며 연희동에 들어가 사시도록 한 일도 있다”며 “사형선고같은 과거가 있었지만 김 전 대통령은 야당 총재 시절에 다 용서했다”고 말했다. 송호진 기자 dmz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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