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3년 김대중 전 대통령 도쿄 피랍 직전 거처를 마련해줬던 일본인 하라다 시교가 지난 6월2일 김대중 전 대통령과 만나 마지막 기념사진을 찍었다. 하라다 시교 제공
36년전 DJ 피랍전 묵었던 일 집주인…발빠른 구명운동
한국찾아 조문…“김 전대통령 쓰던 방 그대로 두고 있다”
한국찾아 조문…“김 전대통령 쓰던 방 그대로 두고 있다”
1973년 8월8일 도쿄 피랍사건이 벌어지기 직전, 김대중 전 대통령이 기거했던 집주인 하라다 시교(77·(사진)가 21일 국회 빈소를 찾아 조문했다.
당시 한국민주회복통일촉진국민회의(한민통) 결성을 앞두고 일본에 왔던 김 전 대통령은 하의초등학교 동창생의 소개로 한달가량 하라다 가족들과 함께 그의 집에서 머물렀다. 하라다는 김 전 대통령이 중앙정보부 요원들에게 끌려 사라진 뒤 경찰한테서 이 사실을 통보받자마자 주미 일본대사관에 연락해 김 전 대통령의 구명을 요청했다. 닷새 뒤 김 전 대통령은 무사히 구출됐지만 한국 정부의 입국금지 조처로 김 전 대통령을 만날 수 없었고, 김 전 대통령이 미국으로 망명한 1983년에야 재회할 수 있었다. 하라다는 지금도 김 전 대통령이 쓰던 방을 그대로 두고 있다고 한다.
김 전 대통령도 그와의 각별한 인연을 소중히 여겼다. 김 전 대통령은 1997년 당선 직후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와중에도, 대통령 당선 소식을 듣고 한국으로 날아온 하라다를 일산 자택으로 불러 만나기도 했다. 하라다는 이후에도 가족들과 함께 한국을 찾아 여러 차례 김 전 대통령을 만났고, 지난 6월2일엔 김대중도서관에서 기념사진을 찍었다. 그것이 마지막 인사였다.
하라다는 조문 뒤 잠시 김 전 대통령의 둘째아들 김홍업씨와 만나 “김 전 대통령은 비록 영면하셨지만 그분의 사상과 철학은 영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송호진 기자 dmz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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