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븐 보즈워스 미국 대북정책 특별대표
클린턴 방북무렵 의사 전달…미, 수락 여부 검토중
북한이 최근 스티븐 보즈워스 미국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9월에 북한을 방문해 줄 것을 요청하는 의사를 미국 쪽에 전한 것으로 25일 알려졌다.
워싱턴의 외교소식통은 이날 “북한 당국이 이달 초 억류 여기자 석방을 위한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방북 무렵, 보즈워스 특별대표와 성 김 미국 쪽 6자회담 수석대표가 다음달 북한을 방문해 줄 것을 요청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미국 쪽은 북한의 초청 의사를 전달받고, 보즈워스 대표의 방북 여부를 검토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보즈워스 대표가 방북할 경우, 버락 오바마 행정부 출범 뒤 첫 북-미 공식협상이 이뤄지게 되는 셈이다.
보즈워스 대표는 지난 2월 말 대북정책 특별대표직을 맡은 뒤, 여러 차례 방북 의사를 북쪽에 밝혔지만 북한은 이를 거절하고 2차 핵실험 강행 등 강경 노선을 추구해 왔다. 이와 비교하면 북한의 이번 초청 의사는 확실히 달라진 변화다. 그러나 미국 행정부가 북한의 초청을 받아들일지는 불확실하다.
워싱턴의 또다른 외교소식통은 “아무것도 결정된 게 없다. ‘6자회담 틀 안의 양자회담’이라는 미국의 입장이 워낙 확고하다. 예전(핵실험 전) 같으면, 보즈워스가 방북해 미국 입장을 설명하면 됐겠지만, 지금은 그때와는 사정이 다르다”며 9월 조기 방북의 성사 가능성을 낮게 봤다. 한 정부 당국자도 “보즈워스가 한국·중국·일본·러시아 등(6자회담 참가국들)과 협의하고, 그 결과를 미국 내부에서 조율한 다음에나 북한에 갈 수 있을 것”이라며 역시 비슷한 의견이었다. 고든 플레이크 맨스필드재단 소장은 “북한으로부터 초청 의사가 온 건 사실인 것 같다”면서도 “방북이 결정되더라도 현 상태에선 획기적 변화를 기대하긴 쉽지 않다”고 내다봤다. 이언 켈리 미국 국무부 대변인도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최근 북한이 김대중 전 대통령의 영결식을 계기로 남북관계를 풀리게 하는 유익한 조처들을 하고 있다”며 긍정 평가를 내렸지만, “그러나 북핵 문제에 대해선 어떤 변화 신호도 못 보고 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워싱턴 포스트>는 이날 “북한이 김 전 대통령 영결식 조문단 파견을 계기로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악화된 한국과의 관계 개선을 촉구하는 움직임을 진행하고 있다”며 “최근 북한의 몇몇 조짐들과 맞물린 ‘패러다임 시프트’는 지난 8개월 동안 미사일 시험 발사 등 계속 수위를 높여온 도발적이고 호전적인 북한의 태도를 부드럽게 했다”고 보도했다.
한편, 일본 외무성의 사이키 아키타카 아시아대양주 국장은 25일 한국에 이어 일본을 방문한 필립 골드버그 미국 국무부 대북제재조정관과 만난 뒤 “국제사회가 엄격하게 시행하고 있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에 따른 제재가 북한에 심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평가했다”며 “미국과 일본은 한국과 함께 북한의 최근 일시적 행동과 북한의 핵 문제를 뒤섞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하기 위한 행동을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워싱턴/권태호 특파원 ho@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