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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단체장 감시’ 참여민주주의 법취지 훼손

등록 2009-08-27 19:52

주민소환투표의 무산으로 21일만에 다시 출근한 김태환 제주도 지사(앞줄 왼쪽)가 27일 오전 제주 연동 제주도청 들머리에서 직원들과 인사하고 있다. 제주/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주민소환투표의 무산으로 21일만에 다시 출근한 김태환 제주도 지사(앞줄 왼쪽)가 27일 오전 제주 연동 제주도청 들머리에서 직원들과 인사하고 있다. 제주/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주민소환제’ 무력화 움직임




안상수 “청구사유 제한 없는 나라 없다”
→ 미·일·독 등 우리와 제도적 차이 거의 없어

김형오 “무분별 소환, 추진자에 비용 물려야”
→ 민주주의 비용, 유권자에 책임묻자는 셈법

한나라당이 주민소환제 요건 강화를 주장하고 나서 “사실상 주민소환제 무력화 시도”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외국에서 수십년, 길게는 한 세기의 역사를 거쳐 정착된 제도를 겨우 2년 남짓 시행해보고 정치적 악용, 행정비용 낭비 등을 이유로 무력화하려는 것은 주민자치의 본뜻인 주민참여의 가치를 훼손하는 발상이라는 것이다.

주민소환제 요건 강화를 내건 한나라당의 주민소환제 무력화 시도는 처음이 아니다. 이인기 한나라당 의원은 법안 통과 한 달만인 2006년 6월 지자체 선출직 공무원에 대한 주민소환투표 청구사유와 자격을 크게 제한하는 내용의 주민소환제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개정안은 △법령위반 △직무 태만 또는 의무 위반한 사람에 관해서만 주민소환 투표를 할 수 있다고 청구사유를 강화했다. 지난해 7월에도 이은재 의원이 ‘정책결정에 대해 의견을 달리하는 소수에게 소환 투표청구가 악용될 수 있다’며 선출직 공무원의 △직무남용·유기 △법령위반 등으로 청구요건을 제한하는 주민소환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27일 안상수 원내대표의 주민소환제 발의 요건 강화 발언이나 김형오 국회의장의 주민소환제 추진자에 대한 투표 비용 분담 발언도 이런 맥락에서 나온 것이다.

하지만 주민소환제를 시행하고 있는 다른 나라들의 제도에 견줘보면 한나라당의 시도는 설득력이 떨어진다. 미국, 일본, 독일 등의 주민소환법에도 우리나라처럼 소환사유가 구체적으로 명시돼 있지 않다. 발의요건 역시 유권자의 시도지사 소환 때 10%(시군구청장 15%, 지방의회 의원 20%)의 서명으로 한 우리나라 규정과 큰 차이가 없다. 미국은 주마다 차이가 있지만 유권자의 10~25% 참여로 돼 있다. 일본도 유권자 4만명 초과 지역은 이 가운데 1/6(약 16%)이 참여하면 발의하도록 돼 있다.


헌법재판소도 지난 3월26일 김황식 경기 하남 시장이 “주민소환법에 소환 청구사유가 없고, 청구 요건도 낮아 선출 공무원의 공무담임권과 평등권을 침해했다”며 낸 위헌심판 청구소송에 대해 △주민소환제는 정치적인 행위이기 때문에 사유를 묻지 않는 게 제도 취지에 부합하며 △청구요건 역시 (다른나라에 견줘) 낮지 않아 남용될 위험이 없으며 △유권자 1/3 이상의 투표에 유효투표총수의 과반 찬성이라고 규정한 해직 확정요건 역시 외국의 입법사례에 견줘 지나치게 낮지 않다고 기각했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정치학)는 “주민소환제의 목적은 참여민주주의 강화와 지방자치단체장에 대한 책임성 강화에 있다”며 “시행 2년 동안 실제 투표까지 간 것은 2번에 불과할 정도로 이 제도가 남발되지 않는 상황에서 청구요건 등을 강화하면 본연의 목적을 위축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이 과정에 비용이 든다고도 하는 데 이는 민주주의를 하는 데 드는 기본적인 비용이라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사실상 사문화되고 있는 주민소환제의 취지를 살리기 위해서는 오히려 청구요건 등의 완화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2007년 12월 경기 하남시 주민소환대책위원회 선거대책본부장을 맡았던 김근래(42·하남희망연대집행위원장)씨는 “소환 대상자가 나서 투표장에 가지 말 것을 선동하고 있는데, 투표장에 가는 사람은 당연히 소환에 찬성 의사를 나타낸 시민으로 낙인 찍히는 것 아니냐”며 “투표 반대나 투표 거부를 선동하는 행위를 방치하는 것은 비밀투표 원칙을 방해하는 심각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성연철 길윤형 기자, 성남/김기성 기자 sych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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