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균 민주당 대표가 27일 오전 국회에서 9월 임시국회 등원 방침을 발표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김봉규 기자 bong9@hani.co.kr
“여론 역풍 우려” 결정…“얻은게 뭐냐” 내부 반발
인사청문회·국정감사 등 원내외 투쟁 병행 별러
인사청문회·국정감사 등 원내외 투쟁 병행 별러
원외투쟁을 벌여온 민주당이 9월 정기국회 회기가 4일 앞으로 다가온 27일 조건 없는 국회 등원을 전격 선언했다. 이에 따라 정기국회에서 다음주로 예정된 개각에 따른 장관·총리 인사청문회, 4대강 예산, 선거제도 개선 등을 놓고 여야의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정세균 민주당 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우리 당은 원내외 병행투쟁을 천명해 왔고 그 원칙이 변한 적은 없었는데도 국회를 포기한 것 같은 인상을 주고 있다”며 “원내외 병행투쟁을 지속적으로 전개할 것을 확실히 알리며, 그런 차원에서 정기국회와 관련해 원내대표단이 협상을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누누이 말했듯 병행투쟁을 하는 것”이라며 “국회에서 할 일은 국회에서 하지만, 주말에는 의원들이 언론악법 투쟁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고 저처럼 국회에 들어갈 수 없는 사람을 중심으로 원외투쟁도 병행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이날 전격 등원을 선언한 것은 정기국회 파행에 따른 여론의 역풍을 우려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노영민 대변인은 “과거 전례를 봐도 여야를 막론하고 9월 정기국회 개회식에 불참한 적이 거의 없더라. 등원하지 않으면 명분에서 밀린다고 봤다”고 말했다. 등원을 하느니, 마느니를 놓고 공방이 벌어지면 언론법 무효화란 본질이 흐려질 수 있다는 점도 고려됐다고 한다. 윤호중 수석부총장은 “국회에 왜 안 들어오느냐 같은 불필요한 공방을 피하고 언론법 무효화 투쟁이란 전선을 명확히 하려고 한 것”이라고 말했다. 조만간 개각에 따른 인사청문회가 예정돼있고, 정기국회에서 예산심사와 국정감사 등 야당의 존재를 드러낼 수 있는 무대가 펼쳐지는 만큼 원내외 병행투쟁을 하자는 의견이 내부적으로 다수였던 점도 영향을 미쳤다.
민주당은 등원을 결정했지만 의사일정 협의 과정 등에서 쉽게 양보하지 않을 것임을 내비쳤다. 원내대표실 관계자는 “언론법에 대한 헌법재판소 결정 이전에 이번 사태에 대한 여당의 사과와 재발방지 약속, 검찰개혁 등 여러 현안이 협상과정에서 논의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하지만 내부 비판도 나온다.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직후에도 특검 등 5가지 요구사항을 내걸었으나 여당으로부터 아무런 답도 얻지 못한 데 이어, 이번에도 ‘빈손 귀가’를 했다는 지적이다. 의원직 사퇴서를 국회의장에게 직접 제출한 천정배 의원은 이날 “국회를 난장판으로 만든 장본인들로부터 사과 한마디 듣지 못했다”며 “‘우물쭈물하다가 내 이럴 줄 알았다’는 탄식이 지지자들 사이에서 나온다면 민주당의 미래는 없다”고 성명을 냈다. 이종걸 의원도 “여당의 변화없이 이렇게 국회에 들어가는 건 우리 지지자들을 실망시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송호진 기자 dmz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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