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정치운동 단체인‘시민주권모임’ 공동대표를 맡은 이해찬(오른쪽), 한명숙 두 전직 총리가 2일 오전 서울 여의도의 한 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모임의 취지를 설명하고 있다. 김봉규 기자 bong9@hani.co.kr
‘시민주권모임’ 공동대표 맡아
“시민과 민주세력 통합 힘쓸 것”
“시민과 민주세력 통합 힘쓸 것”
김대중·노무현 두 전직 대통령이 떠난 이후 이해찬, 한명숙 두 전직 국무총리의 발걸음이 부쩍 바빠지고 있다. 똑같이 ‘김대중 정부’에서 장관, ‘노무현 정부’에서 국무총리를 지낸 두 사람이 ‘깨어있는 시민’을 모아내고, 민주개혁세력을 ‘통합’하기 위해 국회 밖에서 나란히 정치 전면에 나선 것이다.
민주당을 탈당하며 ‘정당정치’의 옷을 던진 이 전 총리는 ‘보이지 않는 통합의 손’을 자임하고 있다. 그가 한 전 총리와 공동대표를 맡아 다음달 16일 ‘시민주권모임’(가칭)을 발족하려는 것도 그런 고민의 결과다.
그는 2일 기자간담회를 열어 “‘시민주권모임’은 여러 정당과 정치세력, 시민사회, 국민들을 연결하고 소통하는 시민정치운동의 구심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모임엔 민주당 일부 의원과 최고위원, 친노무현계 신당 창당파, 노 전 대통령의 가치에 공감하는 인사 등이 망라돼 있으며, 향후 시민들의 동참을 이끌어낼 예정이다. 그는 “민주당이 혁신과 통합을 준비하고 있으니 그 흐름을 보면서 연대의 기회를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한 측근은 “이 전 총리가 재야민주화 운동 10년, 정치 20년의 경륜을 살려 민주당 밖에서 재야인사·친노그룹·촛불세대 등을 묶는 일을 할 것”이라고 전했다. 실제 이 전 총리는 젊은 여성들로 이뤄진 인터넷 카페 회원들과도 만나는가 하면, 이정희 민주노동당 의원을 후원하는 등 전방위 행보를 보이고 있다. 그는 문재인 전 청와대 비서실장 등을 영입하고 싶어하는 민주당과 ‘친노인사’ 사이의 접촉 창구 역할도 하고 있다.
노 전 대통령 영결식에서 울음을 삼키며 떨리는 목소리로 ‘조사’를 읽어내려가 깊은 인상을 남긴 한 전 총리도 보폭을 넓히고 있다. 그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통합과 연대를 위해 내 역할이 주어지면 무엇이든 할 용의가 있다”며 적극적 태도를 보였다. 민주당 고문인 그의 움직임은 노 전 대통령 서거 이후 유력한 서울시장 후보로 떠오르는 상황과 맞물려 더 주목된다.
한 전 총리는 서울시장 출마 등 현실 정치에 본격적으로 뛰어들 의향을 묻자 “아직 아무것도 결정된 것은 없다”고만 말했다. 그러면서도 “노 전 대통령 서거 이후 (나의) 지지율이 올라간 뒤 여기저기서 여론의 압박을 받고 있다”고 말해, 앞으로의 정치행보에 대한 고민의 흔적을 내비쳤다.
민주당에선 그를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와 맞설 차기 대선 후보로도 거론한다. 오랜 민주화운동 경험, 다양한 행정경험, 부드러우면서도 통합적인 이미지 등으로 대중적 호소력이 짙다는 이유에서다. 백원우 의원은 “한 전 총리가 서울시장보다는 그 뒤 대선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며 “소(대선) 잡을 칼을 닭(서울시장) 잡는데 쓰기에는 그렇지 않느냐”고 말했다. 이런 맥락에서 민주당 한쪽에선 그를 차후 당 대표로 모셔와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그러나 한 전 총리는 “내년 지방선거는 민주개혁세력에 아주 중요한 선거다. 통합과 연대를 위해 민주당에서 내가 뭘 할지를 찾는 게 먼저”라며 몸을 낮췄다.
송호진 기자 dmz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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