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오후 총리로 내정된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이 서울 관악구 서울대 멀티미니어강의동에서 수업을 마친 뒤 이동하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정운찬 후보 논문 이중게재 논란
“영문 학술지 요청 응한 것” 해명
“영문 학술지 요청 응한 것” 해명
민주당이 오는 21일과 22일로 잡힌 정운찬 총리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송곳 검증’을 벼르고 있다. 당내에선 “제2의 천성관을 만들어야 당에 회생 기회가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민주당이 지난 7월 천성관 전 검찰총장 후보자를 청문회에서 낙마시켜 기세를 올렸듯, 이번 ‘2기 개각’의 상징인 정 후보자를 철저히 파헤쳐 이명박 정부의 ‘중도실용’ 노선 강화에 눌린 민주당의 존재감을 부각시키자는 것이다.
우선 민주당은 “세종시를 원안대로 하는 건 쉽지 않다”는 정 후보자의 ‘세종시 수정’ 발언이 청와대와 사전 교감에 따른 것인지 집중 점검하기로 했다. 정 후보자는 개각 전날인 지난 2일 지인들에게 “청와대가 나에게 세종시와 4대강 문제에 대한 의견을 물었는데 어떻게 대답하면 좋겠느냐”고 조언을 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 충남도당 위원장인 양승조 의원은 “청와대와 교감이 있었다면 이 대통령도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충청권 민심을 흔든 세종시 문제를 쟁점화하기 위해 9일 최고위원회의를 충남 연기 ‘행정중심복합도시 건설청’에서 열기로 했다.
민주당은 정 후보자의 ‘소신 변절’ 여부도 따지기로 했다. 이강래 원내대표는 “정 후보자가 그동안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과 같은 토목사업, 부자 감세, 저탄소 녹색성장 등에 대해 반대 입장을 취했는데, 청문회에서 이런 입장에 대한 확인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 후보자가 서울대 교수 시절 이미 발표한 논문을 이중 게재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정 후보자가 2000년 학술지 <경제학 연구>에 발표한 논문을 1년 뒤 영어로 번역해 다른 영문 학술지에 실었다. 서울대는 정 후보자가 총장이던 지난 2006년 논문 이중게재를 연구 부적절 행위로 규정했다. 이에 대해 정 후보자 쪽은 “한글 논문을 영문으로 게재하고 싶어 하는 영문 학술지 요청에 응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민주당이 야권 대선후보로 거론했던 정 후보자를 정조준하는 것은, 그를 쓰러뜨리면 개각을 통해 국면 전환을 꾀한 이명박 정부에 ‘치명타’를 줄 수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또 ‘마음 돌린 애인’에 대한 서운함도 내심 깔려 있다. 이 원내대표는 “누가 (민주당 영입을 고려해온) 정 후보자를 이제 만나봐도 될 것 같다고 해서 9월 중순께 만날 생각”이었다며 정 후보자의 ‘총리행’에 섭섭함을 내비쳤다. 박지원 정책위의장도 “정 후보자가 연애는 민주당과 하고 결혼은 한나라당과 했다”며 “이런 소신을 가진 사람이 얽힌 국정을 제대로 풀지 검증해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이번 청문회에서 정 후보자와 친분이 두터운 의원들을 빼고 ‘저격수’들을 전면 배치하기로 했다. 그러나 당내에선 결정적인 ‘한 방’으로 정 후보자를 눕힐 수 있을지에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한 수도권 재선 의원은 “정 후보자의 재산 형성 과정 등 도덕성에 흠집을 낼 수 있는 게 나와줘야 한다”고 말했다. 송호진 기자 dmz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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