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의 눈’ 정운찬 총리 후보자가 22일 오후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용산참사’에 대한 견해를 밝히는 동안 참고인으로 출석한 용산참사 유족 권명숙씨가 이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김봉규 기자 bong9@hani.co.kr
강연·고문효 등 탈루시인…총리 인준돼도 ‘멍에’
정운찬 국무총리 후보자가 ‘탈세 후보자’의 멍에를 쓰고 국회 인준 무대에 오르게 됐다.
국회는 22일 정 후보자에 대한 이틀간의 인사청문회를 끝내고 24일 경과보고서 채택에 이어 28일 본회의에서 임명동의안을 처리한다. 국회 의석 분포상 정 후보자가 총리로 인준될 확률은 매우 높다. 현재 국회 재적의원 291명 가운데 반수를 훨씬 웃도는 167명이 여당인 한나라당 소속이기 때문이다. 인준에 부정적인 견해를 보이고 있는 민주당과 자유선진당 등 야 4당이 합심해서 부결표를 던지더라도 한나라당에서 대규모 이탈표가 발생하지 않으면 정 후보자는 무난히 국회 인준을 받게 된다. 안상수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야당 의원들의 청문회 검증을 ‘정략적 흠집내기’로 일축하며, 정 후보자 찬성 당론을 예고하고 있다.
하지만 정 후보자는 청문회 과정에서 세금을 탈루하고 기업인으로부터 ‘후원금’을 받은 사실이 드러난데다 재산 형성이나 병역 의혹 등 의문점을 말끔히 해소하지 못해, 총리가 되더라도 불법 및 도덕성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그는 지난 21일 아침 세무서에 1000만원 남짓한 세금을 뒤늦게 내고서야 청문회에서 탈세 사실을 시인했다. 인터넷 서점인 ‘예스24’의 고문료로 받은 수익 중 6000여만원도 종합소득세 합산신고에서 누락시켰다가 청문회 직전에야 탈루 세액 800여만원을 납부했다. 3년 동안 소득 1억2000만원 이상을 종합소득세 신고에서 누락해 1800여만원을 탈세했던 셈이다. 노출되지 않은 별도의 소득원이 있지 않으냐는 야당 의원들의 추궁이 있자 해외 강연료 소득 등 신고 누락 금액이 6000만~7000만원 된다고 실토했다. 하지만 수입이 지출보다 많은데도 예금액이 2005년 말 대비 3억2000만원이나 증가한 것을 둘러싼 논란은 끝내 해명되지 않아, 경과보고서에 강운태 민주당 의원이 작성한 ‘정운찬 후보자 가계수지 보고서’와 정 후보자의 해명을 중요 자료로 함께 첨부해 반영하기로 했다.
미국의 경우 탈세는 ‘공직자의 무덤’으로 불린다. 올해 초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정치적 스승으로 불리던 톰 대슐 보건부 장관 지명자가 세금 탈루로 낙마했다. 세금 신고를 하지 않은 사실을 뒤늦게 알고 이자까지 붙여서 14만6000달러를 납부했지만 여론이 악화하자 깨끗이 장관직을 포기했다. 그에 앞서 백악관 최고성과관리책임자로 임명됐던 낸시 킬퍼도 탈세 책임을 지고 물러났다. 킬퍼는 자신이 1995년 고용했던 가정부에게 실업보상세를 지급하지 않은 사실이 들통났기 때문이었다.
임석규 기자 sky@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