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정치 정치일반

‘의혹 많은 총리’ 인준, 여야 대립

등록 2009-09-23 19:41수정 2009-09-23 21:55

민주당·선진당 등 야권, 저지 위한 공조 나서
한나라 통과 자신…“반대 위한 반대 말라”
“가마를 탈 때 가마꾼 처지에서 생각하시게나.”

정운찬 국무총리 후보자는 22일 인사청문회에서 1970년대 미국 유학 시절 어머니가 보내온 편지 한 대목을 소개했다. 그는 지금 ‘서울대 총장 출신 총리’란 꽃가마에 올라타려 하지만, 갖가지 의혹 탓에 야당의 강력한 인준 반대와 부정적 여론에 부딪혀 ‘가마’가 흔들리고 있다. 정 후보자 ‘방탄 청문회’를 했다는 시선을 받는 한나라당에서조차 난감해하는 기색이 엿보인다.

정 후보자를 대권 영입후보로 거론했던 민주당은 애초 “철저히 검증하겠지만, 낙마 수준까지는 되겠나”라는 기류였다. 막상 청문회를 치른 민주당은 ‘이런 사람이었나’라며 꽤 놀라는 분위기다. 정 후보자의 서울대 제자였던 한 의원은 “제자 그룹에 쭉 전화해 보니 모두 실망하더라. 선생님이 너무 관리를 못했다고. 더 망가지기 전에 빨리 총리 후보자에서 내려와야 한다”고 허탈해했다. 정 후보자가 임명되어도 확인된 위법 사실뿐 아니라, 풀리지 않은 의혹까지 쫓아다니는 상황에서 안정적 국정수행을 할지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이강래 민주당 원내대표는 23일 최고위원회에서 그를 문제와 의혹의 ‘종합세트’라고 표현했다. 이명박 정부 ‘단골 메뉴’로 등장한 위장전입에 따른 주민등록법 위반은 기본이고, 수입을 숨긴 소득세 탈루, 서울대 총장 시절 공직자 재산신고에서 ‘인세 수입’ 누락으로 인한 공직자윤리법 위반, 총장 퇴임 뒤 학교 승인 없이 외부 업체 고문을 겸직한 국가공무원법 위반 등도 확인됐기 때문이다.

여기에 정 후보자가 1970년대 당시 고령(31살)으로 군 면제가 될 때까지 미국 유학으로 병역을 연기해, 6개월만 출퇴근 복무하면 되는 보충역(방위병)조차 받지 않은 것도 ‘국민정서법’을 건드렸다는 지적이다. 기업체 회장한테서 용돈 1000만원을 챙겨 ‘스폰서 총장’이란 모욕을 들은 정 후보자가 다른 기업체한테서 받은 돈은 더 없는지, 총리실의 공무원 떡값 감사는 제대로 할지에 대한 의구심도 남겼다. 수입보다 지출이 많은데도 예금이 급격히 늘어난 이유가 소득을 감췄기 때문이 아니냐는 의혹도 구체적 자료로 말끔히 해소하지 못한데다, 미국 국적을 포기하려는 아들을 오히려 만류한 것도 상당한 ‘짐’으로 얹어지게 됐다.

민주당은 이날 의원총회를 열어 정 후보자 자진사퇴와 지명 철회 촉구를 결의했다. 24일 정 후보자 청문회 경과보고서를 채택하는 국회 인사청문특위에도 들어가지 않기로 했다. 또 자유선진당 등 야당과 공조해 28일 본회의에서 열리는 국회 인준도 반대하기로 했다. 정세균 민주당 대표는 “그 정도의 흠결이 있으면 후보자가 스스로 총리직을 사양했어야 했다”며 “청와대도 검증 시스템에 중대한 하자가 있다”고 지적했다. 송영길 최고위원도 “이명박 대통령의 정치적 방어망으로 들러리 서기 위해 자신의 정치적 신조를 팔아먹고, 만신창이가 되면서까지 총리를 할 이유가 뭔가”라고 물었다. 민주당은 이날 정 후보자가 총리직 수행에 ‘부적격’하다는 의견이 65.5%나 나왔다는 민주정책연구소의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 조사는 전날 만 19살 이상 성인남녀 844명에게 전화를 걸어 이뤄졌다.

과반 의석을 차지한 한나라당은 인준 통과를 자신한다. 안상수 원내대표는 “민주당도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하지 말고, 국정 공백이 없게 협조해 달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여당 내부에 곤혹스러운 분위기도 읽힌다. 한 초선 의원은 “의혹이 한두 개도 아니고 백화점 수준”이라며 “총리로 임명되면 공직자에 대한 불신과 경시가 상당히 심화할 것이며, 그 정도는 (위반을) 해도 문제없다는 도덕 불감증을 용인하고 용납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송호진 기자 dmzsong@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정치 많이 보는 기사

‘부정선거 전도사’ 황교안, 윤 대리인으로 헌재서 또 ‘형상기억종이’ 1.

‘부정선거 전도사’ 황교안, 윤 대리인으로 헌재서 또 ‘형상기억종이’

선관위 “선거망 처음부터 외부와 분리” 국정원 전 차장 주장 반박 2.

선관위 “선거망 처음부터 외부와 분리” 국정원 전 차장 주장 반박

오세훈, ‘명태균 특검법’ 수사대상 거론되자 ‘검찰 수사’ 재촉 3.

오세훈, ‘명태균 특검법’ 수사대상 거론되자 ‘검찰 수사’ 재촉

이재명 “국힘, 어떻게 하면 야당 헐뜯을까 생각밖에 없어” 4.

이재명 “국힘, 어떻게 하면 야당 헐뜯을까 생각밖에 없어”

이재명, 내일 김경수 만난다…김부겸·임종석도 곧 만날 듯 5.

이재명, 내일 김경수 만난다…김부겸·임종석도 곧 만날 듯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