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결정 의미
위헌 의견 재판관들 “집시법 10조는 사전허가제”
검찰 “규정따라”…법원, 계류중 사건 처리 고민
위헌 의견 재판관들 “집시법 10조는 사전허가제”
검찰 “규정따라”…법원, 계류중 사건 처리 고민
야간 통행금지가 실시되던 1963년부터 시행돼 46년 동안 야간 옥외집회를 금지하는 근거가 된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의 해당 조항에 대한 헌법불합치 결정은, 언론·출판에 대한 검열과 마찬가지로 집회·결사에 대한 어떤 허가제도 인정하지 않는다는 헌법 원칙을 명확히 한 것이다.
■ 집회 허가제는 명백한 위헌 위헌 의견을 낸 재판관들은 야간 옥외집회를 원칙적으로 금지하되 관할 경찰서장 재량에 따라 허용할 수 있다고 한 집시법 10조 내용은 집회의 자유를 예외적으로만 금지하는 ‘신고제’가 아니라 헌법이 금지하는 ‘사전허가제’라고 못박았다. 이들은 “1987년 헌법 개정 때 집회 허가제 금지 규정을 다시 부활시킨 역사적 배경을 종합해 보면, 집회의 자유가 형식적, 장식적 기본권으로 후퇴했던 과거 헌정사에 대한 반성이 자리잡고 있다”고 설명했다.
헌재는 집회의 자유가 내포하는 여론 형성 기능도 강조했다. 집회는 선거가 없거나 대의기능이 제구실을 못할 때 직접민주주의 수단으로 기능하거나, 의사 표현 통로가 봉쇄·제한된 소수집단에 그 수단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헌재는 1994년 같은 조항에 대해 재판관 7 대 2의 의견으로 합헌 결정을 한 바 있지만, 이날 “당시 결정은 집회의 자유가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가지는 의의 및 기능에 대해 충분히 고려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지난 3월 공개변론에는 법무부 장관 후보자인 이귀남 당시 법무부 차관이 직접 나와 “야간집회는 폭력집회로 변질될 위험이 커 통제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을 펴기도 했지만 이번에는 통하지 않았다.
■ 선고 어떻게? 고민에 빠진 법원 지난해 촛불집회 이후 지금까지 검찰이 야간 옥외집회 금지 조항 위반 혐의로만 기소한 사람은 35명이다. 일반교통방해 등 다른 혐의까지 적용된 사람을 합하면 913명에 이른다.
검찰은 내년 6월30일까지는 집시법 10조의 효력이 살아 있기 때문에 법원이 이미 기소된 사람들에 대한 판단을 내려주기를 바라고 있다. 봉욱 대검찰청 공안기획관은 “헌재가 현 조항의 적용 중지가 아니라 잠정 적용을 결정했으므로 원칙적으로 현행 규정에 따라 사건을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법원은 재판에 계류중인 이들을 어떻게 할지 고민에 빠졌다. 대법원 관계자는 “헌재가 관련 조항의 효력을 일정 기간 살려놨기 때문에 현행법대로 판결하는 게 적절한 것 같다”면서도 “개별 사건의 판단은 해당 재판부가 내릴 것”이라고 말했다. 법조계에서는 기소된 이들 가운데 일부는 내년 6월30일 이전에 유죄를 선고받고, 이후까지 재판이 이어지는 사람은 무죄를 선고받으면 형평에 어긋난다고 지적하고 있다. 한 헌법학자는 “그동안 헌법불합치 결정은 주로 형사사건이 아니라 민사와 관련해 나왔기 때문에 이런 혼란이 없었다”며 “위헌이 선언된 법조항으로 유죄를 선고할 수 없는 만큼 법원은 선고를 법 개정 뒤로 미루는 것이 옳다”고 말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단독판사들은 오는 30일 정기모임에서 사건 처리 기준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국회가 법을 고칠 때 문제의 조항을 완전히 삭제할지, ‘야간’의 범위를 좁혀 제한 규정을 존치시킬지도 관심거리다. 헌재가 조사한 각국 입법례를 보면, 야간집회 금지 규정이 없는 대부분의 경우와 달리 프랑스와 러시아는 밤 11시 이후 집회를 금지하고 있지만, 이 역시 거의 사문화됐다고 한다.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이강국 헌법재판소장(가운데)과 헌법재판관들이 2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으로 들어서고 있다. 헌재는 이 자리에서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의 제10조, 야간집회 금지 조항에 헌법 불합치 결정을 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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