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운찬 총리 후보자(왼쪽)와 이명박 대통령.
‘한겨레’ 여론조사
위법행위 판단잣대, 청와대·여당과 거리
‘정운찬 부적격’ 30대 이하 71%가 공감
위법행위 판단잣대, 청와대·여당과 거리
‘정운찬 부적격’ 30대 이하 71%가 공감
정운찬 국무총리 후보자는 지난 3일 서울대 마지막 수업에서 “청문회는 크게 걱정 안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인사청문회를 거치면서 정 후보자가 총리로서 ‘부적합’하다는 여론이 절반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정 후보자의 총리직 수행 적합도를 묻는 물음에, ‘적합하지 않다’는 의견이 58.3%인데 반해 ‘총리직을 수행할 정도의 흠결은 아니다’는 옹호는 35.6%에 그쳤다. 청문회 이전 각종 여론조사에서 그의 총리직 수행에 긍정적 여론이 우세했던 것과 대조된다.
특히 연령별로는 29세 이하(73.2%), 30대(71.5%) 등 젊은 층에서 부정적인 견해가 높았다. 반면에 60대 이상에서는 ‘부적합하다’(35.7%)는 쪽보다 ‘흠결은 아니다’(55.6%) 쪽이 더 많았다. 직업별로는 부적합하다는 의견이 화이트칼라(68.2%), 블루칼라 (65.3%) 계층 등 일하는 사람들에서 높았으며, 농수산업 종사자(45.3%)와 주부(48.9%) 등에서는 상대적으로 낮았다.
지역별로는 호남권(67.6%)과 충청권(63%), 부산·울산·경남(58.2%), 서울(56.2%), 경기·인천(59.1) 등 대구·경북(45.5%)를 제외한 전국 각 지역에서 부적합 의견이 높게 나왔다. 또, 선호 정당별로는 민주당 지지자의 76.1%가 총리직에 부적합하다고 응답했으며, 한나라당 지지층 가운데는 41.5%가 정 후보자의 총리직 수행에 부정적 의견을 보였다.
이처럼 여론이 악화한 것은 정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의 영향이 결정적인 것으로 보인다. 청문회에서 소득세 탈루, 서울대 총장 시절 인세 수입 누락 신고에 따른 공직자윤리법 위반, 서울대 교수 시절 고문 겸직을 통한 국가공무원법 위반, 병역 기피 의혹, 미국 국적을 포기하려던 아들을 만류한 사실, 기업체 대표한테서 용돈 1천만원 수수, 위장전입 등이 드러났지만 정 후보가 속시원히 해명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인사청문회를 거치면서 정 후보자에 대한 이미지가 나빠진 것으로 조사됐다. 청문회 이후 정 후보자에 대한 생각의 변화를 묻는 항목에선, ‘나빠졌다’(44.5%)가 ‘좋아졌다’(5.9%)보다 7배나 높게 나왔다. ‘달라지지 않았다’라는 의견은 48.6%였다.
국민들은 위장전입, 부동산 다운계약서 작성 등의 위법행위를 저지른 고위공직 후보자들이 고위 공직을 맡아선 안 된다는 데 압도적으로 공감했다. ‘관행이라고 해도 공직자는 도덕성이 중요하므로 공직수행은 안된다’(46.5%)와 ‘심각한 문제이므로 공직자격이 없다’(20.4%)는 의견을 합하면 66.9%였다. ‘약간의 문제가 있지만 과거 관행이므로 문제가 없다’는 27.2%에 머물렀다. “후보자들의 문제를 상당 부분 알고 있었으나, 이 정도면 괜찮지 않나 하고 생각했다”(정정길 청와대 비서실장)는 청와대의 인식과는 상반된 결과다. 송호진 기자 dmz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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