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운찬 국무총리 후보자가 2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선서를 하고 있다. 김진수 기자 jsk@hani.co.kr
정운찬 총리 연일 위증 탄로, 도덕적 비난뿐
법조계 “법적책임 힘들어” “위증죄 적용” 논란
법조계 “법적책임 힘들어” “위증죄 적용” 논란
정운찬 국무총리가 국회 인사청문회에 나와 ‘숨김과 보탬 없이 말할 것’을 선서해놓고도 자신의 교수 시절 행적과 관련해 거짓말을 한 사실이 잇따라 드러나고 있다. 하지만 현행 법률엔 이를 처벌할 근거가 미약하다. 법조계와 학계에선 이참에 국회에서 공직 후보자가 거짓 진술을 할 경우엔 법적 제재를 가할 수 있도록 법을 손질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최재성 민주당 의원은 9일 기자간담회를 열어 “정 총리는 예스24 고문 외엔 자문활동을 한 적이 없다고 청문회에서 말했지만, 1999~2002년 예금보험공사 자문위원으로 활동한 사실이 드러났다”고 말했다. 또 최 의원은 “정 총리는 청문회 때 삼성방재연구소와 연구제휴 협약을 맺은 적이 없다고 말했지만, 서울대 총장 시절인 2005년 서울대와 삼성화재 부설 삼성방재연구소와 산학협약 체결을 맺는 사진기사가 있다”고 말했다. 앞서 정 총리는 하나금융경영연구소의 비상근 고문직을 맡아 억대 연봉을 받은 사실이 드러나, 청문회에서 거짓말을 했던 것으로 확인된 바 있다.
이처럼 정 총리의 ‘거짓말 연작’이 드러나도 개인의 도덕성과 정치적 책임으로 돌릴 수밖에 없다. 야당도 ‘입으로만’ 비판하는 상황이다. 신영철 대법관도 지난 2월 인사청문회 때 촛불재판에 개입한 적이 없다고 거짓말을 한 것으로 대법관 윤리위원회 조사 결과 확인됐지만 검찰의 ‘면죄부’를 받았다. 민주당 의원들이 위증 혐의로 신 대법관을 검찰에 고발했지만, 검찰은 인사청문회법상 위증한 증인은 처벌해도 후보자 본인은 처벌할 수 없다는 이유로 각하 처분을 내렸다.
청문회 위증을 처벌할 수 있느냐 여부는 법조계, 학계에서 의견이 분분하다. 한 법조계 인사는 “형법엔 자기에게 불리한 진술을 강요당하지 않는 자기부죄 거부의 원칙이 있기 때문에 고위 공직 후보자라고 해서 본인이 거짓말한 것을 처벌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조국 서울대 교수는 “법적 책임을 묻긴 힘들다”고 말했다.
반면 박경신 고려대 법대 교수는 “자기부죄 거부의 원칙은 고문에 의한 허위 자백 등을 막기 위해 도입된 것”이라며 “청문회에 나와 ‘숨김과 보탬 없이 말할 것’을 공식 선서해놓고 거짓 진술하는 것에 어떻게 자기부죄 거부의 원칙이 적용되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미국에선 자기가 진실을 말하겠다고 공식적으로 선언할 경우엔 위증죄 적용 대상이 된다”며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도 ‘르윈스키 사건’ 당시 법정 외 증언 과정에서 위증한 죄로 국회 탄핵 대상이 됐다”고 말했다.
이유주현 기자 edig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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