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 탈·편법’ 집중점검] 사업예산 위헌논란
국가재정법 시행령 바꿔 예비조사 면제 부여
‘재정장관이 정한 사업’ ‘재해예방사업’ 추가
투자비 90% 그냥 통과…“포괄규정 법 훼손” 22조원이 넘는 초대형사업이 제대로 된 사전검증 절차없이 일사천리로 굴러갈 수 있었던 데엔 또다른 편법이 작용했다. 법률이 위임하지 않은 내용을 시행령으로 밀어붙여 위헌 논란까지 제기된다. 이명박 대통령의 핵심 측근인 강만수 청와대 경제특보(왼쪽 사진)는 기획재정부 장관 재임 막바지였던 지난 1월5일 국가재정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예비타당성 조사에서 면제되는 사업(13조2항)으로 ‘지역 균형발전, 긴급한 경제·사회적 상황 대응 등을 위하여 국가 정책적으로 추진이 필요한 사업으로서 기획재정부 장관이 정하는 사업’이라는 조항을 신설하고 ‘재해 복구 지원’ 조항을 ‘재해 예방·복구 지원’으로 수정한 것이다. 예비타당성 조사는 재정남용의 부작용을 막기 위해 경제성을 사전에 검증하는 절차로 1999년 도입됐다. 2008년 기준으로 전체 378개 사업 중 162개 사업(43%)이 타당성이 낮다고 분석돼 무분별한 사업 집행을 막은 것으로 평가받아왔다. 그러나 시행령을 이렇게 손질할 경우 장관이 타당성조사 면제 대상을 자의적으로 해석할 수 있는 길이 열려 입법 취지가 무색해진다. 이에 참여연대 조세개혁센터, 이용섭 민주당 의원 등은 “한반도 대운하 의혹사업(4대강 정비사업) 등의 예비타당성 조사를 회피하고자 하는 의도가 아니냐”고 반발하며 정부에 시행령 개정 반대 의견서를 제출했다. 강 장관 후임으로 올해 1월 말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이 취임했지만 변화는 없었고, 시행령은 지난 3월25일 그대로 공포됐다. 예비타당성 조사를 받지 않아도 되는 사업 중 ‘재해 복구 지원’이 ‘재해 예방·복구 지원’으로 바뀌면서, ‘홍수피해 예방’을 위해 4대강 사업이 필요하다는 정부 논리도 근거를 갖췄다. 이에 따라 하도 준설, 보 설치 등 핵심사업 대부분이 예비타당성 조사에서 면죄부를 받았다. 민주당은 총사업비 22조2천억원 중 약 90%에 해당하는 사업 19조7천억원 가량이 예비타당성 조사에서 제외되는 것으로 분석했다. 경제통인 이한구 한나라당 의원은 “시행령을 개정한 이유가 4대강 사업을 위한 것이었다고 볼 수밖에 없다. 법률에서 위임하지 않는 포괄적인 내용을 시행령에 규정한 것은 입법 취지를 훼손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는 위헌 논란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용섭 민주당 의원은 “헌법 75조는 ‘대통령은 법률에서 구체적으로 범위를 정하여 위임받은 사항과 법률을 집행하기 위해 필요한 사항에 대해 대통령령을 발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개정 시행령이 예비타당성 조사의 면제 범위를 지나치게 광범위하고 모호하게 규정한 것은 위헌”이라고 말했다.
민주당·민주노동당·진보신당·창조한국당 등 야4당과 400여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4대강 죽이기 사업 저지 범대위’는 4대강 사업에 대한 위헌소송을 제기하기로 하고 지난달부터 1만명의 국민소송인단을 모으기 시작했다. 이유주현 기자 edig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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