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직을 상실한 문국현 창조한국당 대표(가운데)가 22일 오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마친 뒤 인사하고 있다. 문 대표는 “대법원이 공천헌금을 받은 혐의로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것은 오심”이라며 재심을 청구하겠다고 밝혔다.
김봉규 기자 bong9@hani.co.kr
벼랑끝 몰린 문국현 대표
2007년 대선을 계기로 신데렐라처럼 등장했던 문국현 창조한국당 대표가 22일 끝내 의원직 상실이라는 ‘정치적 사약’을 받았다. 문 대표에게 지난 2년 간의 여의도정치는 영광과 몰락이 롤러코스터처럼 펼쳐지는 시기였다. 유한킴벌리 사장을 지내며 깨끗한 이미지와 창의적 경영으로 ‘성공한 시이오(CEO)’였던 그였지만, 여의도 현실 정치판은 ‘다른 세계’였다. 참신한 이미지로 정치입문한지 2년만에
부실한 당재정·허약한 지지기반이 발목
창조한국당 “사법정의 조종…재심 청구” ■ 부실한 재정적 기반 문 대표의 불행은 당의 기반이 튼튼하지 못해 총선을 치를 재정적 여력이 안 됐다는 데서 시작됐다. 창조한국당은 지난해 4·9총선 때 비례대표 후보에게 당채를 팔았고, 검찰은 이 당채 금리가 시중금리보다 훨씬 싼 점을 문제삼아 당이 재산상의 이익을 봤다며 이를 공직선거법 위반이라고 기소했다. 김석수 창조한국당 대변인은 이날 “우리 당이 시중금리보다 낮게 금리를 1%로 쳐서 당채를 팔아 재산상의 이익을 취했다고 하는데 기본적으로 당원들은 당비를 내며 당에 재산상의 이익을 주는 것 아니냐”며 “문 대표가 유죄라면 당비 납부도 다 처벌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창조한국당은 이날 논평을 내 “검찰의 표적수사와 기소는 온 국민이 알고 있는 것인데 대법원은 국민이 납득할 수 없는 판결로 우리 사법 정의의 조종을 울렸다”며 “재심을 청구하겠다”고 밝혔다. ■ 영광과 상처 지난 대선 때 인물난에 시달리던 야권에선 기존 정당정치 바깥에서 새로운 인물을 수혈받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문 대표는 이런 분위기 속에 현실 정치판에 뛰어들었다.
비정규직의 획기적 해결, 중소기업성장론 등 그가 주장한 ‘사람 중심 경제’라는 정치 깃발은 신선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기존 정당의 벽은 높았다. 그는 지지율 5.8%의 지지율을 기록하는데 그쳤다. 대선 때 문 대표 진영에서 일했던 한 인사는 “화려한 등장에 비해선 낮은 수치였으나 10년 역사의 민주노동당 권영길 후보와 비교하면 갑절쯤 되는 수치를 받음으로써 정치적 가능성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그러나 대선 이후 창조한국당은 문 대표의 독단적 당 운영 등으로 주요 참모들이 하나둘 떠나갔다. 문 대표는 2008년 4·9총선에서 여권의 실세 이재오 의원의 지역구(은평을)에 출마하는 승부수를 던져 이김으로써 잠재력을 또다시 확인시켰다. 하지만 소수정당의 한계를 절감한 창조한국당은 지난해 5월 정체성이 전혀 다른 자유선진당과 원내교섭단체를 구성해 개혁적 이미지에 상처를 냈다. 문 대표가 결국 의원직을 잃음으로써 창조한국당의 운명도 기로에 서게 됐다. 정대화 상지대 교수는 “정치적으로 ‘대안’이라고 할 때는 ‘정도령’과 같은 특출한 개인, 인물의 참신한 이미지나 개혁적인 정책 못지 않게 그 사회의 흐름과 같이 가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며 “집권이라는 의미는 사회를 끌어갈 새로운 세력이 형성되는 것인데, 그는 사회의 다수 기반을 가진 세력을 얻지 못했다 ”고 말했다. 그것이 그의 한계였다. 이유주현 기자 edig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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