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양쪽서 정 맞는 정총리

정운찬 총리가 2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에서 이명박 대통령의 시정연설을 대독하기 시작하자 이진삼 자유선진당 의원(앞줄 오른쪽 둘째)이 연설 중단을 요구하며 단상에 올라 거세게 항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여, 세종시 미숙 처리 비난
야, 시정연설 대독중 항의

2일 여야 양쪽에서 정운찬 총리에 대한 불만이 쏟아져나왔다. 여당 의원들은 세종시에 대한 정 총리의 미숙한 일처리를 비판했고, 야당 의원들은 그의 ‘대통령 총대메기’ 행보를 겨냥했다.

이날 한나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공성진 최고위원은 “학자로 계실 때와는 달리 총리로서의 말 한마디는 매우 무게감이 있으며 각 분야에 끼치는 파급효과가 너무도 크다는 점을 아셔야 할 것”이라고 훈수했다. 김성조 정책위의장도 “총리가 인사청문회 때부터 지금까지 확실한 대안 없이 이 문제를 제기해서 국민들에게 혼란을 너무 많이 줬다”며 “이번 재보궐 선거에도 아주 많은 영향을 줬다고 당원들이 말씀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충청 출신인 김용환 상임고문은 이날 한나라당 충남도당사에서 열린 ‘세종시 원안촉구 결의대회’에 참석해 “총리라는 자리는 국민의 뜻을 받들어 행정을 하는 자리이지 법을 만드는 자리가 아니다. 착각하지 말라”고 충고했다. 충남 공주 출신인 정진석 의원은 이날 <불교방송> ‘김재원의 아침저널’에 출연해, “학계에 있다가 총리가 되신 분이 세종시는 안 좋은 것이라고 문제제기를 하면서 뜯어고치려 한다”며 “국회를 정부의 거수기쯤으로 여기는 아주 잘못되고 교만한 발상”이라고 강하게 말했다.

정 총리는 이날 오전 이명박 대통령의 시정연설문을 대신 낭독하기 위해 국회 본회의 단상에 올라서는 야당 의원들의 거친 항의에 진땀을 뺐다. 우윤근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와 류근찬 자유선진당 원내대표 등 야당 의원들은 단상으로 나와 김형오 국회의장에게 의사진행발언을 먼저 달라고 요구했다. 정 총리가 연설문을 읽기 시작한 뒤에도 야당 의원들의 제지는 계속됐고, 여당 의원들과 가벼운 몸싸움도 벌어졌다. 자유선진당 의원들은 세종시 문제에 대한 항의의 표시로 전원 회의장을 퇴장했다. 민주노동당 의원들은 의원석에서 용산참사와 관련해 “총리는 약속을 지켜라”라는 손 펼침막을 펴들었다.

김지은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