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일 울산시 남구 장생포항으로 귀항한 신풍호 선장 정욱현(맨 오른쪽)씨와 선원 8명이 무사 귀환을 기뻐하며 만세를 부르고 있다. 울산/연합
'신풍호 대치' 해제 그 이후…
맞닿은 어업수역…"황금어장 뺏겼다" 서로 불만
신풍호를 사이에 둔 한·일 대치가 30여시간 만에 풀렸지만, 이번 사태로 동해에 드리운 먹구름이 완전히 가신 것은 아니다. 한일 간에는 독도 주변의 중간수역을 제외하곤 배타적 경제수역이 맞닿아 있어, 비슷한 일이 다시 벌어질 가능성이 여전하기 때문이다. 두 나라 당국도 한층 예민해질 것으로 보인다. 사실 한일 간에는 ‘해양의 경제적 이용에 관한 배타적 권리’를 의미하는, 엄밀한 의미의 경제수역이 획정돼있지 않다. 두 나라는 지난 1996년 유엔 해양법이 허용한 200해리까지 배타적 경제수역을 선포했으나, 동해가 비좁아 경계를 그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당시 두 나라의 선포한 배타적 경제수역을 그대로 적용하면, 동해 거의 전역에서 배타적 경제수역이 겹치게 되고 공해는 없어진다. 두 나라는 배타적 경제수역 경계를 긋기 위한 회담을 여러 차례 열었으나, 이견이 워낙 커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이번에 문제가 된 배타적 경제수역은 1999년 한일 어업협정에 따라 그어진 것이다. 두 나라 모두 200해리까지 배타적 경제수역을 연장할 수 없는 상황에서 어업 분쟁을 방지하기 위해 잠정적으로 배타적 경제수역을 획정한 것이다. 협정은 ‘이 협정의 어떤 내용도 어업에 관한 사항 외의 국제법상 문제에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엄밀히 말한다면 ‘배타적 경제수역’이 아니라 ‘배타적 어업수역’이라고 할 수 있다. %%990002%% 생존 걸린 어민들 불법조업 불사
지난해만 한국어선 150척 붙잡혀
문제는 이렇게 임시로 정해둔 배타적 경제수역이 한·일 어민들 모두에게 불만을 사고 있다는 데 있다. 양쪽은 모두 어족자원이 풍부한 어장을 서로 빼앗겼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해 일본의 배타적 경제수역에 들어가 조업하다 붙잡힌 한국 어선이 150척(일본어선은 15척 정도)에 이른다는 통계는 한국 어민들의 불만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이들이 나포의 위험을 무릅쓰고 일본의 배타적 경제수역을 넘어가는 것은 생존의 문제가 걸려 있기 때문이다. 반면, 일본 어민들은 독도 주변 어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누리지 못하는 상황에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한일 어업협정에 따라 독도 주변에 중간수역을 설정하면서 북해도쪽의 대화퇴 어장을 한국쪽으로부터 넘겨받은 대신 일본 쪽 어장 4만8000㎡를 공동어장으로 편입했기 때문이다. 이는 중간수역 전체의 절반에 가까운 면적이다. 일본 시마네현 의회의 독도 조례 제정 배경에는 이에 대한 일본 어민들의 불만이 깔려 있다. 신풍호 사태는 한일 관계가 어업 분쟁으로 위협받을 수 있다는 점을 단적으로 보여줬다. 일본 정부는 최근 배타적 경제수역에 대한 경계를 강화하고 있다. 이미 한국 어선들의 배타적 경제수역 진입 자체를 불법조업을 위한 침입으로 간주하는 상황이다. 서해에서 이뤄지고 있는 중국 어선들의 불법조업으로 골치를 썩고 있는 한국 정부 역시 이에 대한 대응을 강화하지 않을 수 없다. 일본쪽에서든 한국쪽에서든 제2의 신풍호와 같은 사태가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다는 얘기다. 유강문 기자 moon@hani.co.kr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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