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 서울중앙지법에서 발부받은 한명숙(65) 전 국무총리의 체포영장을 손에 쥔 검찰은 17일 한 전 총리에게 출석을 다시 요구하며 ‘공세’적인 태도를 보였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 권오성)는 이날 오전 한 전 총리의 변호인단에게 전날 밤 체포영장이 발부됐다는 사실을 알리면서 “18일 오전 9시까지 검찰에 나오라”고 통보했다. 지난 11일과 14일에 이어 세 번째 출석 요구를 한 것이다. 한 전 총리 쪽은 곧바로 출석하지 않겠다고 검찰에 답했다.
이에 따라 검찰은 다음 단계인 구인(체포)에 앞서 시기와 방식을 따져보고 있다. 검찰은 출석을 요구한 18일 오전까지 일단 기다려본 뒤 이르면 이날 오후나 19일께 한 전 총리의 체포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이번 체포영장의 유효기간은 7일이다.
검찰은 한 전 총리가 이날 직접 “검찰은 체포영장을 즉시 집행해야 한다. 출석을 해도 검찰의 수사에는 응하지 않고 재판에서 밝히겠다”고 말했기 때문에, 영장 집행 과정에서 물리적 충돌은 없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한 전 총리가 법원의 판단을 존중하겠다는 입장을 보인 만큼, 별다른 저항 없이 영장 집행에 응하는 대신 조사 과정에서는 묵비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검찰은 한 전 총리 쪽이 영장 집행을 물리적으로 막아설 경우 충돌을 불사하며 집행을 강행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여론에 대한 부담 때문이다.
그러나 검찰은 체포영장 발부로 일단 ‘명분 싸움’에서 유리한 위치에 섰다고 판단하는듯하다. 법원에서도 한 전 총리의 혐의와 체포를 통한 강제수사의 필요성을 상당 부분 인정한 셈이기 때문이다. 수사팀 관계자는 “본인의 방어권 보장을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하다”며 직접조사 방침을 분명히 했다. 한 전 총리의 신병을 확보해 부인하든 진술을 거부하든 조사 절차를 밟은 뒤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의 뇌물수수 혐의로 불구속 기소한다는 게 검찰의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체포영장은 구속영장보다 발부 요건이 덜 엄격하기 때문에, 검찰 역시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법원은 체포영장의 경우 구속영장과 달리 수사기관의 소명이 있으면 대체로 발부해주는 편이다. 지난해 정연주 전 <한국방송> 사장 수사 때도 검찰은 출석을 거부한 정 전 사장을 체포해 조사한 뒤 기소했지만, 지난 8월 1심 법원은 무죄를 선고한 바 있다.
석진환 기자 soulfa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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