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찬용 전 청와대 인사수석이 행담도개발㈜와 한국도로공사 사이의 분쟁을 조정하기 위해 마련한 자리에 현직 검사가 동석한 사실이 확인돼, 감사원이 경위를 파악하고 있다.
감사원은 3일 “법무연수원 소속 김아무개 검사가 문제의 모임에 참석한 것으로 확인돼 경위를 조사 중”이라며 “정 전 수석을 대상으로 이 부분에 대해서도 조사를 벌였다”고 말했다. 정 전 수석은 문제의 모임에 손학래 도공 사장과 공사 직원 2명, 김재복 행담도개발㈜ 대표이사 등이 참석했다고 해명한 바 있다. 감사원은 전날 오전 10시께 출두한 정 전 수석을 상대로 이날 새벽 2시께까지 강도 높은 조사를 벌였다.
이와 관련해 법무부는 이날 “자체 조사 결과 김 검사는 지난해 6월 동향인 정 전 수석한테서 ‘호남의 낙후된 지역 개발을 위한 사업에 자문을 해주면 어떻겠느냐’는 제안을 받고 동북아시대위원회에 법률적인 자문을 해왔다”고 밝혔다.
법무부 관계자는 “올 3월 동북아위원회가 ‘에스 프로젝트’ 투자 유치를 위해 싱가포르에 기획단을 파견하면서 공식 요청을 해와, 법무부장관 승인을 거쳐 김 검사를 법무부 공식 법률 자문역으로 파견한 바 있다”며 “지난달 3일에는 정 전 수석의 부탁을 받고 도공과 행담도 개발 관계자가 모인 자리에 참석해 쟁점을 들어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김 검사는 법무연수원장에게 보고하고 에스 프로젝트 관련 법률적 문제 등을 정책연수 과제로 삼아 연구하는 등 업무 수행 과정에서의 위법행위는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
김 검사는 ‘일신상의 이유’로 이날 법무부에 사직서를 제출했다.
호남 출신인 김 검사는 정 전 수석이 운영했던 이른바 ‘호남의 미래를 생각하는 모임’이라는 비공식 조직에도 참여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비호남 출신자를 포함해 공직자와 학자 등 30여명으로 이뤄진 이 모임은 지난해 3월 창립된 뒤 회원들이 정기적으로 모여 호남 발전 방안을 논의해왔으며, ‘에스 프로젝트’와 관련해 김재복씨 등과도 접촉을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감사원은 이 모임이 행담도 개발 사업과 연결돼 있는지 여부 등에 대해 조사를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인환 김태규 기자 inh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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