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관계법 개정 방향을 논의하기 위한 노사정 8인 연석회의 참가자들이 22일 국회에서 자리에 앉고 있다. 왼쪽부터 손경식 대한상의 회장, 이수영 경총 회장, 임태희 노동부 장관, 추미애 국회 환경노동위원장, 장석춘 한국노총 위원장, 임성규 민주노총 위원장. 김봉규 기자 bong9@hani.co.kr
여야 ‘노동조합법 개정’ 막판 절충
복수노조 “2012년으로 연기”-“즉각 시행”
노조전임자 임금문제도 ‘금지-제한’ 팽팽
노사정 모두 현행법 시행 부담…조정 전망
복수노조 “2012년으로 연기”-“즉각 시행”
노조전임자 임금문제도 ‘금지-제한’ 팽팽
노사정 모두 현행법 시행 부담…조정 전망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22일 복수노조 허용과 노조전임자 임금지급 문제에 관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 조정법’ 개정 방향을 놓고 노사정 주체가 모인 ‘8인 연석회의’를 열어 막판 절충에 들어갔다.
연석회의엔 지난 4일 ‘노조법 개정 3자 합의안’을 마련한 노동부, 한국노총, 한국경영자총협회 외에 추미애 환노위 위원장, 여야 환노위 간사, 민주노총, 대한상공회의소가 참석했다. 환노위는 이날 전체회의를 열어 한나라당, 민주당, 민주노동당의 노조법 개정안 3건도 모두 상정했다. 연말까지 어떤 식으로든 개정하지 않으면 재계가 거부하는 ‘복수노조 허용’, 노동계가 반대하는 ‘노조전임자 임금지급 금지’를 담은 현행법이 내년 1월부터 그대로 시행되는 탓에 이날 여야는 ‘8인 연석회의’ 논의를 거쳐 오는 28일까지 환노위 단일안을 처리하자고 합의했다.
그러나 ‘3자 합의안’을 수용한 한나라당과, 민주노총과 뜻을 같이한 민주당과 민주노동당 등의 의견이 쟁점별로 팽팽하게 엇갈려 단일안 마련에 진통이 예상된다.
■ 복수노조·교섭창구 ‘3자 합의안’을 만든 노동부, 한국노총, 경총과 한나라당은 이날도 복수노조 허용을 2012년 7월로 미루자는 원칙을 고수했다. 복수노조 허용에 따른 문제점을 보완할 준비기간을 두자는 것이다. 또 복수노조가 허용되어도 단위기업뿐 아니라, 산업별 노조들이 모인 산별노조까지 교섭창구를 단일화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단, 한노총은 교섭창구 단일화에서 산별노조는 빼야 한다고 조금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
반면, 야당과 민노총은 복수노조가 ‘결사의 자유’ 등 헌법에서 보장된 기본권이고, 복수노조 금지가 국제노동기구(ILO) 협약 위반인 만큼 내년 1월부터 즉시 허용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소수 노조의 의견이 제대로 반영되지 못할 우려가 있는 교섭창구 단일화 강제도 반대한다. 사쪽이 복수노조와의 단일창구 교섭이든, 복수 교섭이든 노사간 자율로 결정할 문제라는 것이다.
■ 전임자임금 ‘3자 합의안’을 개정안에 반영한 한나라당은 전임자 임금지급은 내년 7월부터 금지해야 한다는 태도를 유지했다. 다만, ‘타임오프제’(유급으로 인정해주는 노조활동 시간)를 통해 임금의 일부분을 지원하면 중소규모 노조의 위축을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한나라당이 ‘통상적 노조활동’으로 정한 ‘타임오프제’ 범위에 대해 재계가 ‘통상적’의 개념이 불명확해 노사간 다툼의 소지가 있다며 반발하고 있는 게 여당의 고민이다.
야당과 민주노총은 전임자 임금 금지를 법으로 정하는 나라는 세계에서 유례가 없으며, 임금지급에 따른 처벌조항도 없애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 난항 속 절충? 노사정 주체들의 의견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으나 개정안 불발 처리에 따른 현행법 시행에 대한 부담이 절충안 마련에 대한 압박으로 작용하고 있다. 여야가 이날 개정안 처리시한을 ‘28일’로 못박은 것도 그런 의지다. 김성조 한나라당 정책위의장은 “환노위 8인 연석회의에서 모든 당사자가 동의하는 새로운 안이 마련되면 기꺼이 존중하겠다”고 밝혔다. ‘3자 합의안’ 고수에서 한발 물러선 것이다.
민주당도 헌법 정신을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 절충안을 검토하고 있다. 민주당 홍영표 노동위원장은 “복수노조는 헌법 기본권의 문제여서 즉각 허용되어야 하지만, 교섭창구 단일화의 경우 단위기업은 과반을 확보한 노조로 창구단일화를 하되, 산별노조나 비정규직들에 해당하는 초기업노조는 ‘복수노조 허용-창구단일화 의무화 반대’를 마지노선으로 제시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전임자 임금 문제는 지급 금지와 지급에 따른 처벌조항을 빼되, 전임자 수를 사업장 규모별로 제한하는 안을 생각해볼 수 있다”고 밝혔다.
복수노조 허용을 유예하자는 정부 여당의 안을 고쳐 유예 기간을 줄이거나 아니면 유예를 없애고, 전임자 임금을 일정부분 제한하는 선에서 조정되리란 전망도 나온다. 노조법 처리의 ‘열쇠’를 쥔 추미애 환노위 위원장은 이날 연석회의에서 자신의 입장이라며, “복수노조 허용은 헌법이 보장하는 기준의 범위를 벗어날 수 없다”면서도 “노조전임자의 유급 활동 범위와 총량은 적정수준 제한에 공감을 한다”고 위원장 나름의 중재안을 내비쳤다.
그러나 합의 도출에 실패해 여야가 ‘연내 강행처리’와 ‘현행법 시행 후 보완’으로 맞설 여지도 있다. 김성조 한나라당 정책위의장은 “합의되지 않으면 한나라당 안을 차질 없이 처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상희 민주당 환노위 위원은 “복수노조 허용과 임금지급 금지를 내용으로 하는 현행법이 시행되더라도 이른 시일 안에 개정을 하면 된다”며 한나라당 안 일방처리를 강력히 반대했다.
송호진 최혜정 기자 dmz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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