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오 국회의장(왼쪽)이 5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시무식에 참석하려고 행사장으로 들어서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김형오, 대통령과 통화뒤
약속 파기하고 처리 강행
약속 파기하고 처리 강행
김형오 국회의장이 1일 새벽 노동관계법 개정안을 직권상정한 것이 이명박 대통령의 ‘전화 설득 때문이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김 의장은 “직권상정은 독자적 결단이었다”고 주장했지만, 정황상 해명이 석연치 않아 삼권분립 위반 논란이 일고 있다.
<중앙일보>는 ‘김 의장이 31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이 대통령한테서 전화로 30여분 동안 설명과 당부를 들은 뒤 직권상정을 결심했다’고 5일 보도했다. 이 대통령의 요청에 김 의장은 “세차례나 ‘형님, 내 말 좀 들어보라’고 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김 의장은 이날 오전 보도자료를 내 “(보도는) 명백히 사실과 다르다”며 “오랫동안 고심한 끝에 환경노동위를 통과한 법안을 직권상정키로 결단을 내린 것”이라고 반박했다. 또 “31일 대통령의 전화를 받은 것은 사실이나, 대통령은 준예산 사태만은 막아야 한다는 취지로 걱정을 했을 뿐”이라며 “노동조합법은 지나가는 말로 걱정하는 정도였다”고 설명했다. 허용범 국회 대변인은 “김 의장이 ‘어떻게 대통령을 형님이라 부를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야당은 이 전화통화를 ‘3권분립을 훼손한 압력’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 유은혜 수석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이명박 대통령이 국회의장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우려를 표한 것이 압력이 아니면 무엇인가”라고 말했다. 창조한국당은 “(이번 사건은) 집권세력 내부에 3권 분립의 개념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입증한 상징적인 사건”이라고 비판했다.
실제 김 의장이 노동관계법을 직권상정하기까지의 과정을 볼 때 그의 해명에는 의문점이 있다. 김 의장은 31일 오전 예산부수 법안 9개의 심사기한을 정해 직권상정을 예고했으나 당시 노동관계법 개정안은 포함되어 있지 않았다. 앞서 김 의장은 지난 연말 여러차례에 걸쳐 노동관계법은 직권상정을 하지 않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런 김 의장이 노동관계법 직권상정 의지를 밝힌 것은 31일 밤 11시로, 시간상으로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한 ‘뒤’다.
이 대통령이 예산안 협의를 위한 여야 대표와의 3자 회동은 거부한 채 국회의장에게 전화해 예산안의 처리와 노조법에 대한 ‘우려’를 전달한 데 대해서도 적절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김지은 기자 mirae@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