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사법제도개선안 검토하자 “연구회 해체부터”
소속 판사들 글 비난, 보수신문과 ‘북치고 장구치고’
소속 판사들 글 비난, 보수신문과 ‘북치고 장구치고’
한나라당이 ‘사법개혁’의 목표를 사실상 ‘우리법연구회 해체’에 맞추고 있다. 법관 인사제도 개혁 등 법조계 전반의 문제를 논의한다며 당 차원의 사법제도개선 특위를 발족시켰지만 특위는 ‘우리법연구회 해체가 사법 개혁의 핵심’이라며 연일 이 모임을 공격하는 데 몰두하고 있다. 법조분야 제도개선 논의는 뒷전으로 밀렸다.
안상수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28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어제 우리 사법제도개선 특위에서 발표한 내용을 담은 신문과 기왕에 발표된 자료를 읽어 보니 우리법연구회가 이념지향적 정치성향을 가진 단체라는 결론을 내렸다”며 “이용훈 대법원장의 조속한 결단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전날 당 사법제도개선 특위가 언론에 ‘참고자료’라며 배포한 우리법연구회 소속 판사들의 이른바 ‘이념편향 글’을 보수언론들이 받아쓰며 비판하자, 이를 다시 인용해 공격하는 ‘북 치고 장구 치기’ 행태를 보인 것이다.
대법원이 여권이 요구해온 ‘형사단독판사 경력 상향조정’, ‘주요 단독사건 합의부 배당’ 등을 수용한 제도 개선안을 검토하고 나선 이후, 한나라당은 우리법연구회에 화력을 집중하며 마녀사냥식으로 공격하고 있다. 특위 위원인 주성영 의원은 27일 “사법제도 개선 요체는 제도개혁이지만 그 이전에 우리법연구회 해체가 핵심”이라며 “우리법연구회 해체 없이 사법제도 개선 출발선상에 설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최근 한나라당이 문제 삼고 나선 판결들이 우리법연구회와 별 관련이 없는데도, 당 지도부가 이처럼 우리법연구회를 표적으로 삼고 나선 것에 대해서는 당내에서도 “이념공세에만 몰두하는 것”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홍정욱 의원은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법원에서도 진보와 보수가 있을 수 있고, 모임을 만들어서 활동할 수 있지 않느냐”며 “조금 더 포용의 시각에서 바라봐 주는 게 이념 대립을 치유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원희룡 의원도 “생각이 통하는 사람끼리 모인다는 것은 어디든 있을 수 있는 모임의 보편적인 모습”이라며 “그 자체를 이념단체다, 불법단체다 하는 것은 지나친 기준”이라고 말했다. 그는 “민주주의 사회에서 용인되는 것을 정당이나 정부기관이 ‘이념단체니까 해체하라, 해체시키겠다’고 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타당성도 없고 지나치다”고 말했다.
권영세 의원은 “세종시 수정이나 사법개혁 문제도 중요하지만 집권 여당이 그런 문제에 지나치게 몰두하면서 당면한 민생 문제나 안보 문제에 대해 관심을 기울이지 못하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며 “당 안팎에서 걱정과 우려가 많다”고 말했다. 정두언 의원도 전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우리법연구회의 모임 자체를 해체하라고 강제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말했다.
김지은 기자 mira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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