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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성장하면 일자리 해결’ 밀어붙이다 ‘아차차’

등록 2010-02-17 19:16수정 2010-02-17 22:00

대기업 투자촉진 겨냥
규제완화·감세 했지만
고용개선커녕 대란 초래
지난해 뒤늦게 궤도조정
이명박 정부 초창기의 일자리 정책을 요약할 수 있는 한 마디는 ‘트리클 다운’(trickle down·물흐름)이다. 넘쳐흐르는 물이 바닥을 적시듯 수출 대기업을 비롯한 선도 부문의 경제적 성과가 늘어나면 중소기업 등 낙후 부문에도 혜택이 고루 돌아가 고용 문제는 자연스레 해결된다는 논리였다.

2007년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한나라당에서 마련한 정책 공약집을 보면, 트리클다운 정책을 바탕으로 삼은 인식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다.

이명박 후보와 한나라당은 ‘7% 경제성장으로 연간 60만개, 대통령 임기 동안 300만개의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공약했다. 성장은 곧 고용으로 이어진다는 물흐름 효과를 기대한 것이다. 이는 새 정부 출범 뒤 일자리 정책의 줄기를 이뤘다. 규제 완화나 감세 등 투자 활성화 조처도 여기서 비롯됐음은 물론이다.

노동연구원장을 지낸 최영기 경기개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현 정부) 출범 때는 별도의 고용 전략이 없었다. 일자리는 결국 시장, 즉 기업투자에서 나오는 것이고, 이를 위해선 감세와 규제완화를 해야 한다는 전형적인 성장 촉진책이었다”고 평가했다. 일자리 정책은 성장에 딸린 ‘종속변수’였다는 것이다. 유경준 한국개발연구원(KDI) 재정성과평가실장은 “성장을 통해 고용 문제를 해결한다는 것은 이 정부가 출범하게 된 근본 동인 중 하나였는데, 성장을 하기도 전에 금융위기를 맞았다”고 말했다.

전형적인 트리클 다운 정책을 폈던 1989~1992년의 미국과 마찬가지로, 이명박 정부의 한국에서도 기대와 달리 ‘물흐름 효과’는 거두지 못했다. 현 정부 출범 첫해인 2008년 10월 금융위기를 기점으로 경제 성장률은 마이너스(-) 행진을 거듭했고, ‘고용 대란’이 빚어져 ‘7% 성장, 300만개 일자리’ 구호는 다시 꺼내들기조차 무색해졌다.

2010년도 졸업식이 열린 서울 동대문구 회기동 경희대학교에 계단에 17일 오후 한 졸업생이 캠퍼스를 걷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2010년도 졸업식이 열린 서울 동대문구 회기동 경희대학교에 계단에 17일 오후 한 졸업생이 캠퍼스를 걷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한국 경제의 발달 단계에 비춰 성장과 고용 사이의 연계고리가 매우 느슨해져 있다는 공감대는 이미 오래 전부터 형성돼온 터였다. 심지어 성장에 필수 요건으로 여겨지는 투자가 고용을 줄이는 현상마저 현실에선 자주 목격된다. 한국 경제의 성장을 이끄는 대기업 수출이 노동집약적 품목보다는 반도체, 자동차 등 자본집약적 품목 위주로 짜여져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금융위기가 아니었더라도 성장을 통한 일자리 창출 효과를 현실에서 거두기는 어려웠을 것으로 짐작된다.

현 정부 일자리 정책의 방향에 변화 기류가 밖으로 불거지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5월부터였다.


경제정책을 펴고 의사 결정을 할 때 ‘고용’ 변수를 중심 고리로 삼아야한다는 취지의 노동연구원 보고가 당정 회의에 올라온 게 이 즈음이다. 임태희 노동부 장관이 한나라당 정책위의장으로 일할 때였다.

올 들어선 대통령 주재의 ‘고용전략회의’가 꾸려져 첫 회의를 열기에 이르렀다. 모든 정책을 수립할 때 이른바 ‘고용 친화적’ 정책을 꾀한다는 취지였다.

강석훈 성신여대 교수(계량경제학)는 “경제가 성장하면 파생 수요로 일자리가 늘어난다고 했다가 이제는 (성장과 고용 사이의) 그 고리가 약화돼 일자리 자체를 늘리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며 일자리 중심으로 경제를 보기 시작했다”고 평가한다.

이런 평가 한편에선 근본적인 기조 변화로 보기엔 아직 이르다는 평도 덧붙는다. “고용-세제 연계 정책이 1년 한시적으로 시행되는 데서 볼 수 있듯이 단기 처방전이 많다”(최영기 위원)는 점에서다.

고용 주무부처인 노동부보다 기획재정부를 중심으로 한 경제부처들 위주로 고용 정책이 짜여지고 있는 점 또한 성장을 통한 고용의 구도가 크게 달라진 게 아니라는 평가를 받는 대목이다.

김영배기자kimyb@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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