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전 참모들 추모집 펴내
“권양숙 여사가 대통령 서재를 정리하다가 서랍을 열어보았다. 100여 통에 이르는 흰색 봉투들이 들어있었다. 이력서들이었다. 대부분이 대통령과 가까운 사람들의 이름이 기재되어 있는 것들이었다. 권 여사는 최도술 총무비서관을 불렀고, 최 비서관은 그걸 대통령에게 전했다. ‘그걸 몽땅 다 불태워버리시오. 이것을 내가 다 주면 인사수석이 어떻게 일을 제대로 하겠소?’ 최 비서관이 그걸 태웠다. 대통령 선거과정에서 도움을 주었던 분들이 준 것을 쌓아둔 같아 보였다고 한다. 최 비서관은 그 얘기를 들려주면서 ‘대통령께서 뒤에서 버티고 계시니 좋겠다’고 했다.”
참여정부 때 청와대에서 근무한 정찬용 전 인사수석이 회고한 노무현 전 대통령의 공직자 인사스타일의 일부분이다. 노 전 대통령을 보좌했던 청와대 참모들의 모임인 ‘청정회’가 28일 펴낸 <님은 갔지만 보내지 아니하였습니다>(출판사 우공이산)라는 추모집에는 그동안 알려지지 않은 뒷얘기들이 많다.
노무현 정부 1기 내각의 개혁과 파격의 상징이었던 여성 법조인 출신의 강금실 법무부장관과 군수 출신인 김두관 행정자치부장관(현 행정안전부)의 등용도 그 중 하나다. 정 인사수석과 신계륜 당선인 비서실장은 고건 총리 내정자를 동숭동 카페로 찾아가서 대통령의 뜻을 전했다. 고 내정자는 ‘강금실 법무장관 후보’에 대해 “아, 이것은 경우가 아닌데요”라고 깜짝 놀랐으며, ‘행자부장관에 김두관씨’에 대해서는 아예 “나는 제청 못하겠습니다. 나 총리 못하겠습니다”고 답했다고 한다. 결국 대통령 취임식이 끝나고 청와대에서 노 대통령과 문희상 비서실장, 고 총리 내정자 등이 청와대 2층 응접실에서 만나 노 대통령이 “우리 정부의 특징이 ‘개혁 장관, 안정 차관’의 기조로 가는데 총리께서 두 장관에 대해 적합지 못하다는 말씀을 하신 것으로 들었습니다. 저를 믿고 한 번 열심히 잘해 보십시다”고 양해를 구한 뒤에 첫 조각이 이뤄졌다.
송호진 기자 dmz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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