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수 독주체제 흔들…야권 “일단 환영”
후보단일화 불투명 ‘큰위협 아니다’ 시각도
후보단일화 불투명 ‘큰위협 아니다’ 시각도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국민참여당)의 ‘출전’으로 김문수 경기도지사(한나라당)의 ‘일방 독주’로 굳어져 가던 경기지사 선거판이 뜨거워지고 있다.
일단 선거 구도가 좀더 흥미로워졌다. 두 사람 모두 여야의 차기 대선 후보로 거론되는 인물들로, 선명한 대중적 정치언어를 구사하며 열성적 지지자를 확보하고 있는 인물들이기 때문이다. 대구 출신에 서울대 운동권 선후배 사이라는 두 사람의 공통된 배경도 흥행을 높이는 요소다.
김 지사 쪽도 유 전 장관의 ‘도전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김 지사 쪽에선 유 전 장관이 다른 야당 후보들에 비해 인지도가 높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하지만 농어촌 지역이 많은 경기도에선 유 전 장관의 대중적 인지도가 대도시에 비해 낮고, ‘완주’를 다짐하는 다른 야당 후보들과의 단일화 성사 여부도 불투명해 큰 ‘위협’이 되지 않는다는 시각도 있다.
유 전 장관의 ‘등판’은 야권 주자들의 경쟁도 더 뜨겁게 만들 것으로 보인다. 경기도지사 선거에 먼저 뛰어든 민주당과 진보신당은 유 전 장관의 출마 시사에 5일 일단 “환영한다”는 뜻을 밝혔다. 이종걸 민주당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유 전 장관이 출마하면) 국민들의 관심이 모아질 것”이라며 야권의 모든 후보들이 참여하는 텔레비전 토론을 제안했다.
하지만 속내는 복잡하다. 야권 주자들 가운데 지지율이 가장 높았던 김진표 최고위원 쪽은 유 전 장관의 ‘등판’으로 구도가 흔들릴 것을 경계하는 분위기다. 이종걸 의원도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제는 경기도에 뿌리를 내리기 바란다”고 유 전 장관의 정치적 ‘방랑’을 우회적으로 꼬집었다. 18대 총선 당시 대구 수성에 출마해 ‘낙선하더라도 대구 지역과의 인연을 바꾸지 않겠다’고 공언했던 유 전 장관이 서울시장 출마 행보를 하다가 경기도지사 쪽으로 방향을 튼 것을 비꼰 것이다. 유 전 장관은 이날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지금 상황이 굉장히 위중해서 각자가 자기가 어떤 역할을 할 것인지에 대해서 복합적인 검토를 해야 하고, 그런 과정에서 수도권 출마를 고려하게 된 것”이라며 “제가 (대구에) 출마하기를 바라는 분들에게 대단히 죄송하다”고 이해를 구했다.
민주당 한쪽에선 유 전 장관이 야권 단일화가 실패할 경우 다른 후보에게 자리를 양보해 명분만 챙기고, 오는 7월 서울 은평을 재보궐선거 때 야권 단일후보 양보를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있다. 유 전 장관에 대한 민주당 쪽의 민감한 반응은 그만큼 유 전 장관의 잠재적 경쟁력이 높기 때문으로 보인다. 민주당의 한 핵심 당직자는 “만약 야권에서 여론조사 방식으로 후보단일화를 이룬다면 유 전 장관이 될 수도 있다고 본다”며 “어쨌든 경기도지사 선거전이 국민들의 관심을 끌게 됐다”고 말했다. 이정애 최혜정 기자 hongby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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