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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한나라 ‘평판사 잡아야 사법부 잡는다’ 인식

등록 2010-03-19 19:41수정 2010-03-20 08:55

지난 2월 국회 원내대표실에서 열린 한나라당 사법제도개선특위에서 이주영 위원장이 사법개혁 대책에 대해 논의를 하고 있다. 김진수 기자 jsk@hani.co.kr
지난 2월 국회 원내대표실에서 열린 한나라당 사법제도개선특위에서 이주영 위원장이 사법개혁 대책에 대해 논의를 하고 있다. 김진수 기자 jsk@hani.co.kr
시국사건 잇단 무죄에 “젊은 판사들이 문제” 불만
법원 인사위 2/3외부 충원 ‘판사 인사개입’ 틀짜기
‘무리한 사법개선안’ 왜

“군사정권 때도 법관 인사권까지 행사하겠다는 발상은 하지 않았다.”

한나라당 사법제도개선특별위원회의 ‘사법제도 개선안’을 3권 분립의 부정으로 규정한 대법원의 고강도 성명이 나온 지난 18일, 서울지역의 한 부장판사는 이렇게 말했다.

한나라당 안은 법관의 보직·전보 등 인사를 의결할 법관인사위원회를 대법원 안에 두되 9명의 위원 중 3분의 1인 3명만 법관으로 하고, 나머지 6명은 행정부 소속인 법무부 장관·대한변호사협회·전국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장이 각각 2명씩 추천한 사람들로 구성하자고 한다. 인사위원의 3분의 2가 왜 이런 인사들로 채워져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뚜렷한 근거를 제시한 바 없다.

이렇게 되면, 큰 틀에선 대통령이 대법원장과 대법관만 직접 임명하거나 대법원장 제청을 받아 임명하고, 그 이하 법관 인사를 사법부가 스스로 관장해온 대원칙이 무너지게 된다. 법원 쪽에서 “국회사무처 인사를 대법원이 하라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반응이 나오는 까닭이다.

독재시대에는 법원이 정권의 눈치를 살펴 판사를 배치하기도 했다. 비판적 성향의 판사나 특정 지역 출신은 주요 법원 형사재판부에 들어가기 어려웠다. 한 법원 관계자는 “1980년대에는 국가안전기획부 연락관이 일선 법원장실을 제집처럼 드나들면서 정권에 비판적인 판사들에게 형사재판 보직이나 주요 사건을 맡기지 못하게 하려고 압박을 가했다”고 말했다. 이런 폐단은 민주화의 흐름을 타고 점차 사라졌다. 그런데 헌법이 규정한 재판 독립의 원칙 때문에 군사정권도 대놓고 어찌하지 못한 법관 인사에 한나라당이 제도적 개입을 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율사들로 구성된 한나라당 특위가 위헌성 시비를 예상하지 못했을 리는 없다. 그런데도 무리수를 두는 까닭은 ‘눈엣가시인 평판사들을 다잡아야 한다’는 조바심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주요 시국사건 1심에서 무죄가 선고될 때마다 한나라당에서는 “젊은 판사들이 문제”라는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대법원은 최근 형사단독판사의 연차를 높이는 등 어느 정도 여권과 보수언론의 불만을 달래는 조처를 했지만, ‘그 정도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게 여당 내부의 공감대다.


정부·여당으로서는 대법원은 대통령의 임명권 행사로 ‘해결’ 가능하다고 볼 수 있다. 이 대통령은 현재까지 대법관 3명을 임명했다. 내년에는 이용훈 대법원장이 퇴임하는 등, 이 대통령은 임기 중 대법원장과 나머지 10명의 대법관도 임명하거나 국회에 임명동의를 요구하게 돼 있다. 이 대통령의 인사 스타일로 볼 때 사법부의 필요보다는 자신의 이념에 맞는 인사들로 대법원을 채울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여권은 사실관계를 조사해 사건을 대부분 ‘정리’하는 하급심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없는 지금의 구조가 답답했을 것으로 보인다. 평판사들은 사법연수원 수료 성적과 연차, 희망 보직을 기준으로 예측 가능한 범위에서 순환보직 형태로 인사가 이뤄진다. 신영철 대법관의 재판 개입 사태 뒤로는 법원장이 전체판사회의에서 업무분담을 논의하도록 한 것도 여권에는 못마땅한 대목이었을 것이다.

결국 한나라당은 이런 상태로는 ‘사법부 완전 장악’이 어렵다는 의중을 이번 개선안에서 숨김없이 드러낸 셈이다.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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