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4~17일 평양에서 열리는 민족통일대축전에 참석하는 남북 당국 대표단의 면면을 보면, 이번 행사가 갖는 ‘상징성’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정부 당국자는 12일 “북쪽 대표단의 면면을 보면, 이번 행사가 실질적이고 의미있게 치러질 수 있도록 북쪽이 상당한 노력을 기울인 것으로 보인다”며 “곧 이어지는 장관급 회담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말했다.
애초 지난달 차관급 회담에서 70명으로 합의했던 남쪽 당국 대표단 규모는 북쪽의 축소 요구를 받아들여, 지원인력을 포함한 대표단 30명과 자문단 10명 등 모두 40명으로 정해졌다. 남쪽에서는 정동영 통일부 장관을 단장으로 모두 8명의 대표가 파견된다. 임동원 세종재단 이사장과 박재규 경남대 총장, 정세현 이화여대 석좌교수 등 3명의 전직 통일부 장관과 최학래 한겨레신문사 고문, 김보현 전 국정원 3차장 등도 자문단의 일원으로 방북한다. 이들은 2000년 6·15 당시와 마찬가지로 주암초대소에 머물 예정이다.
북쪽에선 정 장관의 상대격인 권호웅 장관급 회담 단장보다 고위급인 김기남(79·사진)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부위원장이 단장으로 나섰다. 회담 대표의 급으로 본다면 남쪽보다 단장의 격을 한 단계 높인 것으로 볼 수 있으나, 조평통이 남쪽의 통일부에 해당하고 조평통 위원장이 공석이라는 점에서 반드시 급이 다르다고 볼 수 없는 측면도 있다. 김 부위원장은 노동당 선전선동 담당 비서를 맡고 있는 이론가로 알려져 왔으며, 대남사업을 맡는 조평통 부위원장의 직함을 갖고 있음이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일각에선 그가 숨진 김용순 전 대남 담당 비서의 뒤를 이은 게 아닌가 하는 관측도 있으나, 정부 당국자는 “김 부위원장이 단장으로 나온 것은 임동원·박재규 전 장관 등 이번 행사에 참석하는 남쪽 원로급 인사들에 대한 배려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밖에 김만길·신병철·전종수 등 장관급 회담의 다른 대표들과 각종 남북대화 핵심 실무책임자들이 대거 대표단에 이름을 올렸다.
또 남북회담 및 협상의 주역으로 꼽히는 림동옥 조평통 부위원장과 전금진 내각 책임참사, 김완수 조국통일민주주의전선 중앙위 서기국장 등 중량급 인물들은 남쪽과 마찬가지로 자문위원에 배치됐다. 북쪽의 이른바 ‘대남라인’ 대부분이 이번 행사에 모습을 드러내는 셈이다.
김기남 대표단장은 1926년 8월 원산에서 태어나 만경대 혁명학원과 김일성종합대학, 모스크바국제대학을 거쳐 <로동신문> 책임주필로도 활동했으며, 지난 3월 북한 주재 러시아대사관 방문과 5월 군인가족 예술소조 공연 등 최근까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공개활동을 여러차례 수행했다. 정인환 기자 inh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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