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소권 독점한 검찰이 스스로 조사?…꼬리 자르기 우려”
진상규명위원장에 성낙인 교수…검찰 조사단 업무 시작
진상규명위원장에 성낙인 교수…검찰 조사단 업무 시작
전·현직 검사 57명의 실명이 등장하는 ‘향응 리스트’ 의혹을 조사하는 진상규명위원회 위원장을 성낙인(60) 서울대 법대 교수가 맡게 됐다. 검찰은 이 위원회에 딸린 진상조사단(단장 채동욱 대전고검장)에 22일 검사 7명을 배치해 관련 자료 확보와 현장실사 등 조사에 들어갔다.
그러나 야당 등은 “검찰 조사단의 조사는 신뢰할 수 없다”며 특별검사의 도입을 요구하는 등 의혹 조사 시작부터 논란이 커지고 있다.
검찰은 이날 오후 성 교수가 진상규명위 위원장을 맡기로 수락했으며, 위원은 위원장과 협의해 언론·문화·여성·법조·경제 등 각 분야 인사들을 망라해 23일 선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채 단장은 이날 오전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에서 김준규 검찰총장에게 신고를 마친 뒤, 서울고검에 마련된 사무실로 옮겨 업무에 들어갔다. 채 단장은 실무를 이끌 조사팀장에 이성윤 서울서부지검 형사5부장검사를, 조사검사로는 주영환 대검 범죄정보연구관 등 검사 5명을 선발했다.
조사단의 조사는 고위직 검사들이 연루된데다 의혹 내용이 뇌물·성접대 등 특별수사 영역이기 때문에 수표 등의 자금추적, 통화기록 조회, 대질신문 등 일반적인 특별수사 절차에 준해 이뤄질 전망이다. 조사단은 이날 검사 접대 의혹을 제기한 전직 건설업체 사장 정아무개(51)씨의 제보자료를 확보해 이름이 나오는 검사들의 부산지역 근무 시점 등 기초적인 사실확인 작업을 벌였다.
정씨는 이날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검찰이 주가 되는 진상조사단에서 제대로 된 조사를 할 수 있을지 우려되지만, 자료 협조나 대질신문 등에 적극 협조할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이 정씨에 대해 신청한 구속집행정지 취소 여부는 23일 오후 부산지법에서 심리가 이뤄진 뒤 결정된다. 정씨는 지난해 9월부터 무릎 수술 등을 이유로 구속집행이 정지된 상태다.
민주당은 이날 특검 도입을 촉구하고 나섰다. 이강래 민주당 원대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검찰의 진상규명위 구성과 관련해 “과거 경험을 봤을 때 이번에도 결국 도마뱀 꼬리 자르듯 눈 가리고 아웅 하게 될 것”이라고 비판하면서, “정확한 처리 방법은 특검과 검찰 개혁을 통해서 다룰 수밖에 없다”며 특검 도입을 요구했다. 박주선 최고위원은 진상규명위에 민간인이 포함된 것에 대해 “검찰이 수사권은 어디 두고 법적 권한이 없는 민간인을 불러 조사를 받는다고 하느냐”고 비판했다. 민주노동당도 논평을 내 “수사권과 기소권을 독점해온 검찰 자신이 범죄자가 된 상황에서 필요한 것이 특검뿐”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참여연대는 이날 정씨의 향응 리스트에 이름이 나오는 전·현직 검사 57명을 뇌물수수 혐의로 고발하는 내용의 고발장을 대검에 냈다.
김남일 이세영 기자 namfic@hani.co.kr
김남일 이세영 기자 namfi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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