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승 한국은행 총재가 13일 오후 국회 재정경제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답변자료를 살펴보고 있다. 김경호 기자 jijae@hani.co.kr
‘한은쇼크’ ‘경제지 인터뷰’ 등 추궁
내부조율 거친 움직임은 아닌 듯 열린우리당 의원들이 13일 국회 재정경제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박승 한국은행 총재의 사퇴를 촉구하는 등 ‘집중포화’를 퍼부었다. 박 총재가 외환정책과 관련된 잦은 실언을 해 시장의 혼란을 초래했다는 게 주된 이유다. 여당 의원들이 통화정책의 수장인 한은 총재의 사퇴를 압박하고 나선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한은 총재는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위해 4년 임기가 보장돼 있으며, 박 총재의 임기는 내년 4월까지다. 이계안 의원은 서면 질의를 통해 “통화정책의 수장으로서 본인의 실수에 대한 책임을 통감하고 스스로 사임할 생각이 없느냐”고 추궁했다. 우제창·김종률 의원도 보도자료를 통해 박 총재의 사퇴를 요구했다. 한나라당 재경위 간사인 윤건영 의원도 박 총재의 용퇴를 촉구했다. 의원들은 박 총재가 초래한, 이른바 ‘BOK(한국은행) 쇼크’를 문제삼았다. 박 총재가 지난 2월 국회에서 “투자대상 통화를 다변화하겠다”고 말한 것이 외환시장에서 달러 매각 방침으로 해석돼, 원-달러 환율이 한때 달러당 998.1원까지 급락했다는 것이다. 박 총재의 지난달 18일치 <파이낸셜타임스> 인터뷰도 도마에 올랐다. 당시 인터뷰에서 박 총재가 “한국의 외환 보유액은 더 늘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보도되자, 원-달러 환율은 다시 한번 곤두박질쳤다. 당시 한은은 환율 방어를 위해 1조원을 들여 10억달러를 매입했다. 이런 지적에 대해 박 총재는 “정부 정책을 국제적으로 알리는 모범답안을 말했을 뿐인데, 언론의 확대·왜곡 보도로 문제가 발생했다”며 “<파이낸셜타임스>에 정정보도를 요청했다”고 해명했다. 박 총재는 “원화 1조원을 주고 그만큼의 달러를 구입한 것”이라며 “따라서 1조원을 날렸다는 국내 언론의 보도는 잘못된 것”이라고 반박했다. 한은 고위 관계자도 “중앙은행 총재에 대한 사퇴 요구는 매우 민감한 문제”라며 “사실 확인을 통해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여당 의원들이 이날 작심한 듯 박 총재를 압박하고 나선 것은 재발 방지 차원의 경고적 의미가 큰 것으로 보인다. 열린우리당의 한 의원은 “지난해 국정감사 때도 여당 의원들이 ‘입조심’을 경고했는데 박 총재가 실언을 거듭하고 있다”며 불만을 나타냈다. 이계안 의원은 “여호와여, 내 입 앞에 파수꾼을 세우시고 내 입술의 문을 지키소서”라는 시편 141편 3절을 인용해 신중한 언행을 주문했다. 이와 관련해 재경위 열린우리당 간사인 송영길 의원은 브리핑을 통해 “여당 의원들의 지적은 발언을 신중히 해달라는 고언”이라며 “당의 공식적인 의견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앞서 재경위 소속 여당 의원들은 박 총재의 거취 문제를 논의했으나 임기가 보장된 자리인데다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큰 만큼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임석규 김성재 기자 sky@hani.co.kr
내부조율 거친 움직임은 아닌 듯 열린우리당 의원들이 13일 국회 재정경제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박승 한국은행 총재의 사퇴를 촉구하는 등 ‘집중포화’를 퍼부었다. 박 총재가 외환정책과 관련된 잦은 실언을 해 시장의 혼란을 초래했다는 게 주된 이유다. 여당 의원들이 통화정책의 수장인 한은 총재의 사퇴를 압박하고 나선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한은 총재는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위해 4년 임기가 보장돼 있으며, 박 총재의 임기는 내년 4월까지다. 이계안 의원은 서면 질의를 통해 “통화정책의 수장으로서 본인의 실수에 대한 책임을 통감하고 스스로 사임할 생각이 없느냐”고 추궁했다. 우제창·김종률 의원도 보도자료를 통해 박 총재의 사퇴를 요구했다. 한나라당 재경위 간사인 윤건영 의원도 박 총재의 용퇴를 촉구했다. 의원들은 박 총재가 초래한, 이른바 ‘BOK(한국은행) 쇼크’를 문제삼았다. 박 총재가 지난 2월 국회에서 “투자대상 통화를 다변화하겠다”고 말한 것이 외환시장에서 달러 매각 방침으로 해석돼, 원-달러 환율이 한때 달러당 998.1원까지 급락했다는 것이다. 박 총재의 지난달 18일치 <파이낸셜타임스> 인터뷰도 도마에 올랐다. 당시 인터뷰에서 박 총재가 “한국의 외환 보유액은 더 늘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보도되자, 원-달러 환율은 다시 한번 곤두박질쳤다. 당시 한은은 환율 방어를 위해 1조원을 들여 10억달러를 매입했다. 이런 지적에 대해 박 총재는 “정부 정책을 국제적으로 알리는 모범답안을 말했을 뿐인데, 언론의 확대·왜곡 보도로 문제가 발생했다”며 “<파이낸셜타임스>에 정정보도를 요청했다”고 해명했다. 박 총재는 “원화 1조원을 주고 그만큼의 달러를 구입한 것”이라며 “따라서 1조원을 날렸다는 국내 언론의 보도는 잘못된 것”이라고 반박했다. 한은 고위 관계자도 “중앙은행 총재에 대한 사퇴 요구는 매우 민감한 문제”라며 “사실 확인을 통해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여당 의원들이 이날 작심한 듯 박 총재를 압박하고 나선 것은 재발 방지 차원의 경고적 의미가 큰 것으로 보인다. 열린우리당의 한 의원은 “지난해 국정감사 때도 여당 의원들이 ‘입조심’을 경고했는데 박 총재가 실언을 거듭하고 있다”며 불만을 나타냈다. 이계안 의원은 “여호와여, 내 입 앞에 파수꾼을 세우시고 내 입술의 문을 지키소서”라는 시편 141편 3절을 인용해 신중한 언행을 주문했다. 이와 관련해 재경위 열린우리당 간사인 송영길 의원은 브리핑을 통해 “여당 의원들의 지적은 발언을 신중히 해달라는 고언”이라며 “당의 공식적인 의견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앞서 재경위 소속 여당 의원들은 박 총재의 거취 문제를 논의했으나 임기가 보장된 자리인데다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큰 만큼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임석규 김성재 기자 sk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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