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수-유시민 SBS 시사토론서 첫 ‘맞짱토론’
김 “규제 너무 많아…대기업도 유치못해”
유 “비수도권 동의 얻어야 규제완화 가능” 김 “남한강 정비사업 모든 단체장 찬성”
유 “4대강사업, 호헌처럼 국민70% 반대” 야 3당 후보 단일화가 이뤄지면서 6·2 지방선거의 격전지로 급부상한 경기도지사 자리를 놓고 김문수 한나라당 후보와 유시민 국민참여당 후보가 14일 ‘맞짱 토론’을 펼쳤다. 대학 선후배이자 한때 운동권 동지였던 두 후보는 이날 밤 <에스비에스>(SBS) 시사토론에 나와 설전을 벌였다. ‘저격수’ 또는 ‘논객’으로 손꼽히는 이들은 토론 도중 어조를 높이거나 낯을 붉히진 않았지만, 서로의 허점을 파고드는 날선 질문을 주고받으며 팽팽한 긴장을 유지했다.
경기도의 최대 관심사인 수도권 규제완화와 지역발전을 두고 두 후보는 상반된 시각과 진단을 내놨다. 유 후보는 수도권 규제완화와 균형발전이 ‘공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수도권 규제 중 중복된 것은 과감히 풀어야 하겠지만, 이는 수도권정비규제법 등 국회의 입법 과정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불가능한 일”이라며 “이는 비수도권 국민, 비수도권 지역구를 가진 의원들의 동의를 얻어야 입법 추진이 가능하기 때문에 국가 균형발전을 통한 수도권 규제완화가 옳다”고 말했다. 반면 김 후보는 “경기도는 군사시설 보호규제, 팔당상수원을 위한 규제, 그린벨트 규제, 농지 규제 등 각종 규제가 너무 많고 대학도 못 들어오게 하고 대기업도 유치 못 하게 한다”며 “국내 대부분 기업들이 중국으로 다 빠져나가는데 이렇게 규제하면서 일자리를 만든다는 건 말도 안 된다”고 맞섰다. 복지 정책을 놓고도, 두 후보는 예산을 늘려야 한다는 데는 공감하면서도 그동안의 정책운영에 대한 평가는 서로 달랐다. 김 후보는 “4년 전 도지사가 됐을 때 전체 도 예산에서 복지예산을 20%까지 올리겠다고 했는데 현재 24%까지 올려 목표를 초과 달성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유 후보는 “복지예산 비율을 확대하는 데 있어 초기 목표치가 지나치게 낮았다”며 “경기도의 홍보비 등을 아껴 넓은 의미에서 경기도 예산 가운데 복지 지출 비율을 50%까지 늘려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후보는 경기도 교통 문제 해결을 위한 지티엑스(GTX·수도권 광역철도)에 관해 “경기도의 가장 큰 문제인 교통문제를 해결하는 획기적인 수단”이라며 “나아가 철도산업 등에서 세계적인 수출전략사업도 될 수 있다”고 주장한 반면, 유 후보는 “최첨단, 최고속이란 개발주의적 사고 대신 서민들의 일상에 도움이 되는 교통체계를 확립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유 후보는 “현 정부의 잘못된 대북 정책이 경기 북부 지역발전을 결정적으로 가로막고 있다”며 현 정부의 대북정책을 비판했다. 이에 김 후보는 “현재 교류가 부족한 것은 저도 답답하지만 안보과 국방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상대방에게 궁금한 것을 따져묻는 ‘상호검증’ 대목에 이르자, 곳곳에서 불꽃이 튀었다. 김 후보는 “유 후보가 국민참여당을 만들 때는 민주당의 존재를 부정한 셈인데 어떻게 민주당을 파트너로 해서 도정을 이끌겠느냐”, “유 후보를 보면 1~2년 이상 몸담는 정당이 없을 정도인데 참여당은 얼마나 갈 것이냐”고 공격했다. 이에 유 후보는 “시의회 등에서 민주당, 민주노동당 등 진보정당, 시민단체와 함께 도정협의회를 만들려고 한다. 한 개 정당이 독주를 하는 것보다 낫다고 본다”고 말했다. 또 “참여당은 오래오래 가게 해서 다음번엔 그런 지적을 안 받도록 하겠다”고 받아넘겼다. 여야가 서로 평행선을 달리는 4대강 사업 문제와 관련해서도 한바탕 설전이 펼쳐졌다. 유 후보는 80년대 김 후보의 운동권 이력을 겨냥하며 “예전에 함께 호헌반대 투쟁도 했지만, 4대강 사업 역시 호헌처럼 국민 70% 이상이 반대한다는 점에서 같다”며 “멀쩡한 강에 콘크리트 구조물을 치는 걸 신륵사 위에 서서 보면 마음이 슬프기 그지없다”고 말했다. 그러자 김 후보는 “여주·남양주 등 5개 도시가 연관된 남한강 정비사업에 대해 모든 단체장들은 다 찬성할뿐더러 신륵사 주지스님도 다 찬성한다. 수질도 향상된 곳이 있다”고 맞섰다. 토론 도중 상대의 장점을 말하는 대목에서도 칭찬 속에 은근히 가시가 박혀 있었다. 유 후보는 “김 후보는 워낙 정열적인 분이라 자신과 잘 안 맞는 정당에서도 적응해 성공하는 집념의 소유자”라고 말하자, 김 후보는 “유 후보는 옥바라지를 해준 분”이라며 ‘장점’ 대신 ‘과거의 인연’을 상기시켰다. 이유주현 성연철 기자 edig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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