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세균 열린우리당 원내대표가 부동산값 급등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14일 국회에서 연 고위정책회의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김경호 기자 jijae@hani.co.kr
“저금리 재검토” 목소리도…정부정책과 혼선 지적 참여정부가 명운을 걸다시피 추진해온 부동산 정책에 대해 열린우리당이 근본적인 의문을 쏟아내고 있다. 최근 서울 ‘강남권’을 중심으로 한 아파트값 이상 폭등이 불러온 여론의 비판이 큰 부담으로 작용한 때문이다. 정세균 원내대표는 14일 고위정책회의에서 “대통령이 국정의 최우선 과제로 천명하고 국민의 신뢰와 지지를 얻고자 했던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성공적이지 못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완곡한 표현이지만, 정책의 ‘실패’를 자인한 셈이다. 열린우리당 관계자는 “당에 접수되는 민원의 80% 이상이 부동산에 관한 것”이라며 “오는 16일 열리는 부동산 관련 당정협의에서 당 쪽이 느끼는 사태의 심각성을 정부에 강력하게 전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당의 이런 인식은 자연스럽게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한 궤도수정 요구로 이어진다. 정 원내대표는 이날 “정부와 당의 정책을 원점에서 검토해, 근본적이고 항구적인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강봉균 정책위 수석부의장도 ‘규제 일변도의 부동산 정책 재검토’를 요구한 바 있다. 열린우리당이 생각하는 부동산 정책의 방향은 대체로 ‘규제보다 시장에 맡겨야 한다’는 쪽이다. 정 원내대표는 “정부 정책이 규제 일변도이고 임기응변적이어서 시장의 기능을 왜곡했다는 비판이 있다”고 지적했다. 한 관계자는 “세금을 통해 부동산값을 잡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게 정 대표의 생각”이라고 전했다. 최근 발족한 당 부동산대책기획단의 단장인 안병엽 의원도 ‘시장 시스템’을 강조한다. 안 의원은 “최대한 규제를 완화해 주택을 시장 수요에 맞게 탄력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하는 게 핵심”이라며 “정부 정책 가운데 시장의 수급에 악영향을 끼치는 요인이 무엇인지를 찾아내는 데 주력하겠다”고 말했다. 당 일각에선 대안으로 저금리 정책 기조를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문석호 제3정조위원장은 이날 “장기간 이어져온 저금리 기조로 400조원 이상의 부동자금이 투자처를 찾지 못하고 부동산 시장에 몰려와 가격 상승을 부채질한다는 의견이 있다”며 “저금리 기조가 타당한 것인지 전문가들의 의견을 듣겠다”고 말했다. 이상민 의원도 “부동산 시장을 떠도는 투기자금의 배출구를 찾지 않으면 부동산 대책이 실효를 거두기 어렵다”고 말했다. 문제는 시장에 맡긴다는 방안이 부동산값 폭등을 막을 수 있는 실효성 있는 대책이 될 수 있는지 불확실하다는 데 있다. 또 ‘시장 친화적’ 방안이 정부의 부동산 대책과 엇박자가 돼, 정책의 혼선만 부채질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부동산정책기획단에 참여하고 있는 윤호중 의원은 “시장을 활성화하면 덩달아 투기도 활개칠 것”이라며 “실수요자들의 거래 자체를 위축시키는 반시장적 정책도 문제지만, 투기소득을 환수할 수 있는 좀더 근본적인 장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안병엽 기획단장은 저금리 정책을 손질하자는 주장에 대해 “부동산 대책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금리문제도 자연스럽게 얘기되겠지만 시장에 굉장히 민감한 영향을 끼치는 문제이므로 신중하고 종합적으로 접근하겠다”고 밝혔다. 임석규 기자 sk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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