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 6·2 민심] 교육감 선거 의미
서열화·특권교육 등 MB교육정책 심판 성격강해
‘제2 김상곤’ 기대감도 한몫…교사해임 제동걸듯
서열화·특권교육 등 MB교육정책 심판 성격강해
‘제2 김상곤’ 기대감도 한몫…교사해임 제동걸듯
6·2 교육감 선거에서 진보 성향 후보들이 선전하면서 우리나라 초·중등 교육에 큰 변화가 예상된다. 개표가 진행중인 2일 밤 11시 현재, 김상곤 경기도교육감 후보와 장만채 전남도교육감 후보의 당선이 확실시되는 등 최소 5곳에서 ‘진보 단일후보’들이 당선이 유력하거나 근소한 차이로 1위를 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계의 한 인사는 “해방 이후 지금껏 요지부동이던 관료 중심의 교육행정 체제에 지각변동이라고 할 만한 사건”이라고 평가했다.
■ ‘반전교조’ 이겨낸 심판론 2008년 7월 서울시교육감 선거에서 위세를 떨쳤던 ‘반전교조’ 구호는 이번 선거에선 그다지 힘을 쓰지 못했다. 이날 밤 11시 현재까지 1위를 달리고 있는 5명의 진보 후보 가운데 민병희 강원도교육감 후보와 장휘국 광주시교육감 후보 등 2명이 전교조 지부장 출신이란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교육 전문가들은 이번 선거에서 ‘진보 열풍’의 원인을 크게 세 가지로 꼽았다. 먼저 ‘김상곤 효과’다. 지난해 4월 경기도교육감으로 당선된 그는 불과 1년 남짓한 기간 동안 무상급식, 혁신학교 등의 정책을 펴며 ‘진보 교육’의 씨앗을 뿌렸다. 김성천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정책대안연구소 부소장은 “교육감을 잘 뽑으면 학교 현장에 실질적인 변화를 불러올 수 있다는 점을 학부모들이 알게 됐고, 그 기대감이 다른 지역으로 확산된 것”이라고 풀이했다.
‘공정택 효과’도 무시할 수 없다. 이명박 정부 교육정책의 ‘아바타’를 자처했던 공정택 전 서울시교육감이 부패 문제로 중도하차하면서 생긴 실망이 ‘바꿔’ 열풍을 만들어냈다는 것이다.
여기에 지나치게 경쟁을 강조하고, 서열화와 특권교육을 부추긴 정부 교육정책에 대한 ‘심판론’이 진보 후보에게 힘을 실어준 것으로 보인다.
■ 엠비(MB) 교육정책 수정 불가피 이명박 정부는 일제고사 등을 통해 학교간 경쟁을 가속화시켰다. 학교 다양화란 이름으로 도입한 자율형사립고는 특권교육을 부추긴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이런 상황에서 경기도 한 곳에 그쳤던 ‘진보 교육감’이 다섯 곳 이상으로 늘어날 경우, 정부의 교육정책 추진에 적지 않은 차질이 예상된다.
홍인기 좋은교사운동 정책위원장은 “정책의 목표와 달리 성적 경쟁과 특권교육 가속화에 따라 사교육비는 올라가고, 공교육은 더욱 파행으로 흐르는 등 부작용이 컸다”며 “유권자의 냉정한 판단이 내려진 만큼, 교육정책을 근본적으로 재검토해야 할 시점이 왔다”고 말했다.
■ 막 올린 진보 교육감 시대 전국의 진보 교육감이 네트워크를 형성할 수 있게 되면서, 교육과학기술부의 방침을 전달받는 데 그쳤던 ‘시·도교육감협의회’의 위상도 크게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정책 궤도를 바꾸지 않을 경우, 진보 교육감들과 사사건건 마찰을 빚으며 정책 집행이 무력화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당장 일제고사·자율형사립고 확대 등 정부의 핵심 교육정책에 대해 진보 교육감들이 제동을 걸고 나온다면 차질이 빚어질 수밖에 없다. 교과부의 전교조 교사 무더기 파면·해임 방침에 대해서도 진보 교육감들은 대법원 확정판결 때까지 처리를 미룰 공산이 크다.
한 교육계 인사는 “여러 곳에서 진보 교육감이 탄생하면서 교과부의 부당한 조처를 무력화시킬 수 있는 힘이 생겼다”며 “진보 교육감 당선자들이 네트워크를 형성해 공동보조를 취한다면, 정부의 교육정책에 제동을 걸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인환 진명선 기자 inh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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