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부세의 재산세 전환 때 지역 예산 증감
국세인 종합부동산세를 없애고 지방세로 통합할 경우, 비수도권 지역의 세수 5547억원이 수도권으로 옮겨져 지역 불균형이 더 심화할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이정희 의원(민주노동당)은 21일 기획재정부의 업무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이런 분석 결과를 공개했다. 정부는 2008년 종부세 세율을 크게 낮춘 데 이어 올해 종부세 폐지를 추진하고 있다.
이 의원이 2009년 종부세의 ‘균형재원 배분액’을 토대로 분석한 결과를 보면, 종부세가 각 지방자치단체가 걷는 재산세로 전환될 경우 연간 배분액 1조2300억원 가운데 무려 5547억6900만원이 서울·경기 등 수도권 지역으로 이전된다. 이는 올해 지자체별 재산세수 비율을 대입해 추정한 수치다.
현행대로 종부세를 국세로 징수한 뒤 전국 지자체 사정에 맞게 골고루 배분할 때는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균형재원 배분액 비중(2009년 기준)이 각각 23.3%와 76.6%다. 하지만 지방세로 전환되면 고가 부동산이 많은 서울 등에서 세수가 더 많이 걷혀 수도권 쏠림 현상이 심화할 수밖에 없다. 올해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재산세수 격차(68.4% 대 31.6%)가 그대로 영향을 주는 셈이다. 광역지자체별 재산세 비중은 서울이 전국의 32.8%를 차지하고, 전남과 경북은 각각 1.6%와 3%에 그칠 정도로 격차가 크다. 이 때문에 종부세 폐지 효과를 보면, 서울(2913억원)과 경기(2516억원)에서 가장 세수가 많이 늘어나는 반면에 전남(-1080억원)과 경북(-957억원)에선 크게 줄어든다.
이 의원은 “소득양극화를 해소할 수 있는 적절한 수단인 소득세가 대폭 감세된 마당에 지역 불균형 해소를 위한 거의 유일한 세목인 종부세까지 폐지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에 윤증현 재정부 장관도 이날 “종부세를 지방세로 전환하면 세목을 단일화하는 장점이 있지만, 고가 부동산이 있는 곳과 그렇지 않은 곳 간에 ‘부익부빈익빈’ 현상을 높일 소지가 크다”고 인정하며 “앞으로 공청회를 열어 종부세를 폐지하고 재산세 그대로 흡수통합할지, 종부세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지방세로만 전환할지 등 다양한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황보연 기자 whynot@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