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성 의원 주장…민주당 “참여정부 먼지털이 수사” 반발
민주당은 참여정부 시절 대북접촉을 담당했던 핵심 인사들을 상대로 국가정보원이 도감청을 하며 조사를 벌인 것에 대해 “노무현 정부 인사를 찍어내려는 정치사찰”이라고 강력히 성토했다.
정세균 대표는 23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이명박 정부가 전 정권 사람들과 비판세력을 상대로 사찰을 한 증거가 속속 드러나고 있다”며 “이명박 정권이 뿌리째 완전히 썩은 것 같다”고 격한 어조로 비판했다.
민주당은 이화영 전 열린우리당 의원과 이강진 전 국무총리실 공보수석이 2007년 남북정상회담을 추진하기 위해 이해찬 전 총리와 평양에 사전방문하는 과정에서 북한 인사와 접촉한 것과 관련해 조사를 받은 것은 정당한 수사가 아니라 정치적 의도를 가진 ‘참여정부 먼지털이식 수사’라고 의심하고 있다.
국회 정보위원회 소속 최재성 민주당 의원은 “이강진 전 수석에 대한 국정원의 도감청이 이뤄진 것이 노무현 전 대통령 주변인사에 대한 먼지털이식 수사가 진행됐던 2009년 2월부터 6월 사이였다”며 “노 전 대통령 주변을 그물망처럼 훑어내기 위한 저인망식 수사가 아닌지 의심하기에 충분하다”고 말했다. 그는 “2007년 남북 정상회담을 추진했던 사람들에게도 조사가 이뤄지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그들에게도 도감청이 이뤄졌는지 확인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조사 당사자들도 국정원 등이 이해찬 전 총리와의 연관성뿐 아니라, 참여정부 대북관계 전반에 대해 광범위하게 조사를 받았다고 밝혔다. 이강진 전 수석은 이날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2007년 3월 이해찬 총리와 함께 방북한 뒤, 북한 인사 리호남한테서 먼저 보자고 연락이 와 무슨 후속조처라도 내놓으려나 하고 나갔으나 별 얘기가 없었다”며 “이달 2일 국정원에 들어가 7~8시간 조사를 받을 때, 국정원이 ‘리호남을 만나고 나서 이해찬 총리한테 보고했느냐 등을 물었다”고 말했다. 그는 “국정원 조사를 받으며 도감청 사실을 알게 됐는데 발가벗겨진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이 전 수석과 같은 날 따로 국정원에서 조사를 받은 이화영 전 의원도 “국정원이 노무현 정부 남북관계 전반에 대해 모두 들여다보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이번 조사와 관련해 국정원과 검찰은 이강진 전 수석과 이화영 전 의원이 최근 간첩 혐의로 구속기소된 북쪽 공작원 ‘흑금성’의 대북 파트너인 리호남을 왜 만났는지 소환조사를 했으며, 국가보안법 혐의 여부를 알아보기 위해 적법절차를 밟아 도감청을 한 것이라고 밝혔다.
송호진 기자 dmz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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