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균 민주당 대표가 28일 밤 서울 영등포 당사 개표상황실에서 개표방송을 지켜보다 패배가 확정되자 굳은 표정을 지은 채 상황실을 나서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민주당 표정
“민심 헤아리지 못했다”
당 권력지형 급변 예고
“민심 헤아리지 못했다”
당 권력지형 급변 예고
예상보다 훨씬 높은 투표율에 고무됐던 민주당 사람들의 얼굴이 하얘졌다. 28일 밤 수도권과 충청권에서 민주당이 전패했음을 알리는 개표 방송이 나오자 달아올랐던 분위기가 곧 싸늘하게 식었다.
이날 밤 개표 상황실이 차려진 영등포 민주당사를 찾은 정세균 민주당 대표는 애써 특유의 웃음을 지어보려고 했지만 굳은 표정을 풀지 못했다. 정 대표는 소감을 묻는 기자들에게 “선거 결과를 겸허히 수용하겠다. 국민의 뜻을 잘 받들겠다”고 간단하게 말했다. 우상호 대변인도 “애초 설정한 목표를 달성하는 데 실패했고, 이명박 정권을 심판하고자 했던 수많은 국민 앞에 제1야당으로서 무한한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18대 총선 이후 실시된 2009년 두 차례의 재보궐선거와 6·2 지방선거에서 계속 승리해온 민주당으로선 패배의 충격이 더 큰 듯했다.
이에 앞서 민주당은 이날 저녁 투표 종료 직후 여야 최대 승부처인 서울 은평을 투표율이 지난해 재보선보다 더 높은 40.5%로 최종 집계되자 한껏 기대감을 나타냈다. 박지원 원내대표는 “기대해볼 만하다”고 웃었다. 한 핵심 당직자는 “하루에 동원 가능한 숫자는 많아야 3천명 정도인데 투표율이 35%를 넘으면 조직동원도 힘을 발휘할 수 없게 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런 낙관은 개표가 시작된 지 2시간도 지나지 않아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6·2 지방선거 때 민주당이 잘해서가 아니라 한나라당이 미워서 찍어준 것이라는 민심을 잘 헤아리지 못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전당대회를 한달여 앞둔 민주당은 앞으로 선거패배 책임론이 불거지며 권력지형이 급변할 것으로 예상된다. 혼돈은 시작됐다.
이유주현 기자 edig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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