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0만∼500만원 생활비로 가능하냐” 질문에 해명 못해
“밤새 운 집사람에 사과하길…” 요구했다가 “죄송하다” 사과
“밤새 운 집사람에 사과하길…” 요구했다가 “죄송하다” 사과
김태호 국무총리 후보자는 24일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자신의 아내와 관련된 의혹에 대해 일부는 인정하고, 일부는 반박하면서 야당 의원들의 공세에 맞섰다.
김 후보자는 이날 청문회에서 경남지사 재임 시절 아내가 관용차를 개인용도로 썼다는 지적을 사실상 인정하고 유류비를 환급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김 후보자는 박병석 민주당 의원이 “(주행거리가) 3만㎞ 정도 되고 유류비는 500만원 정도 됐다”며 유류비 환급 의사를 묻자 “개인적으로 된 부분이 있다면 그렇게라도 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박 의원이 차량 운행일지를 제시하자 “(공적, 사적으로 쓴 게) 중복된 부분도 솔직히 있었다고 말씀드리고 싶다”면서도 “(아내의 개인용도 사용을) 인정하고 싶다”고 관련 의혹을 시인했다.
그러나 이용섭 민주당 의원이 제기한 부인의 뇌물수수 의혹에 대해선 강하게 부인했다. 그는 “너무 황당한 얘기여서 입에 담기도 어려울 정도”라며 “너무 간단하게 앞뒤를 확인하면 금방 알 수 있는 내용을 ’아니면 말고식‘으로 폭로해 안타깝다”고 불편한 심경을 드러냈다. 그는 이어 “이 소식을 듣고 집사람이 밤새 울어 눈이 퉁퉁 부었다. 이 의원도 가족을 사랑하지 않느냐”며 “어떤 형태로든 집사람에게 사과의 표현을 꼭 전해주리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에 이 의원이 “저도 장관 후보자로서 청문회를 3번 받았지만 김 후보자처럼 청문위원에게 사과하라고 요구하는 건방진 얘기를 한 적이 없다”고 지적하자, 김 후보자는 “겸손의 문제로 비쳤다면 이 자리에서 죄송하다는 말을 드린다”며 고개를 숙였다. 이 의원은 앞서 김 후보자가 경남지사 당선이 유력시되던 2004년 보궐선거 당시 강아무개씨가 김 후보자의 부인에게 거액의 금품을 제공하고, 경남개발공사 사장 자리를 약속받았으며, 김 후보자가 취임 후 실제로 그 자리에 임명됐다고 주장했다.
김 후보자는 또 부인이 명품 가방을 들고 있는 사진을 들어보이며 “후보자는 골프를 좋아하고 배우자는 명품가방을 들고 다니는데 400만∼500만원으로 생활이 가능하느냐”는 이 의원의 힐난에 “제 집사람 사진과 명품가방은 맞다. 가방은 루이뷔통”이라고 말하고 “결혼기념일 때 제가 선물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김 후보자는 자신의 말대로 400만~500만원을 사용하면서 어떻게 재산을 10배나 불렸는지에 대해선 뚜렷한 해명을 하지 못했다. 김 후보자가 연봉을 저축해 재산을 늘렸다면 그를 포함한 4명의 가족은 매달 155만원 정도의 최저생계비 수준 생활비로 살았어야 한다. 김 후보자의 아들은 현재 미국에서 어학연수를 받고 있다.
e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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