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달여 만의 ‘첫 출근’이다. 설렐 법도 한데, 3일 오전 8시40분께 춘천시 봉의동 도청사에 들어선 이광재 강원도지사의 표정은 예상보다 담담해보였다. 미리 현관에 나와있던 강기창 행정부지사 등과 인사를 나눈 그는 “모든 것을 천금같이, 신중의 신중을 기해, 좋은 성과를 내도록 노력하겠다”며 한껏 자세을 낮췄다. 그는 본관 2층의 집무실에서 ‘강원도정 사무인계인수서’에 서명하는 것으로 공식 직무를 시작했다.
이날 오전 10시께 도청 신관 2층 대회의실에서 열린 직원조회에는 300여명이 꽉 들어찼다. 이 지사는 “마음의 짐을 드려 죄송하다”며 다시 고개를 숙였다. 나지막한 목소리로 인삿말을 이어가던 이 지사는 앞으로 도정을 운영해 나갈 원칙과 방향을 비교적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직무정지 기간동안 상당한 준비를 해왔음을 느낄 수 있었다.
이 지사는 먼저 “일하는 사람이 평가받는 인사시스템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정책과 인사 문제에 도청 공무원들의 의견이 반영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하고, 적극적으로 정책개발에 나서는 이들에 대해선 인사에서 인센티브를 주겠다”고 강조했다. 직무정지 기간 동안 매주 화요일 세차례 문을 연 ‘열린지사실’도 “계속 진행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전문가 집단과 공직자가 특정 현안에 대해 머리를 맞대고 협의를 하는 일종의 집중 테마회의로 매주 운영하겠다”며 “적극적으로 회의 주제를 제안해달라”고 주문했다.
‘책임지지 않는 공무원’에 대한 에두른 질타와 ‘숙제’도 이어졌다. 이 지사는 “연구용역을 줄이는 문화를 만들었으면 한다”며 “의미없는 용역을 줄이고 공직자 스스로 책임을 지는 자세를 가져달라”고 당부했다. 또 “일본 공직 사회에는 학습동아리가 8천여개나 된다”며 “공부하는 자세로 학습동아리를 만들면 아낌없이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인사태풍’에 대한 우려를 의식한 듯 “인사는 보수적으로 할 것”이라는 말도 잊지 않았다. 그는 “(겉으로는) 큰 변화가 없어 보일지 모르지만, 일은 혁신적으로 추진해 나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회식하다가 돈이 모자라면 언제든 연락하라”며 “저를 많이 애용해달라”고 덧붙였다.
춘천/정인환 기자 inh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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