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집결 손·정·정, 서로 견제하며 신경전
“더 들어가도 됩니까?”
‘봉하재단’ 관계자에게 묻더니 손학규 민주당 대표는 노무현 전 대통령 묘소로 다가가 갑자기 무릎을 꿇었다. 손으로 돌 위에 새겨진 ‘노무현’ 이름 석자를 쓰다듬었다. 바로 뒤에 서 있던 정동영 최고위원은 ‘부엉이바위’ 쪽으로 시선을 잠시 돌렸고, 넉달 전 대표 자격으로 이곳에서 6·2 지방선거 승리보고를 했던 정세균 최고위원은 그들과 섞이지 않은 채 2m 더 떨어져 지켜봤다.
손 대표 일행이 6일 경남 김해 봉하마을을 찾았다. 손 대표는 참배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내가 정치적 입장을 달리했을 때 국가 원수였던 노무현 대통령께 인간적으로 용서받을 수 없는 결례를 범했다. 진심으로 사죄한다”고 말했다. 그는 “사람 사는 세상을 만들려던 노 전 대통령의 뜻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 정권교체를 꼭 이루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한나라당에 있던 시절 노 전 대통령에게 ‘경포대’(경제를 포기한 대통령) ‘무능한 좌파’라고 비난한 적이 있다. 지난해 노 전 대통령 서거 당시 수염을 기른 채 봉하마을에 와서 조문했으나, ‘상주’ 대열엔 끼지 못했다. 이날 그의 사과는 당 안팎에서 야권의 한 축을 이룬 ‘친노무현계’와의 관계개선을 염두에 둔 듯하다. 그는 봉하마을 참배에 앞서 오전엔 광주 5·18 민주묘지를 찾는 등 민주당 정통성을 잇는 대표로 거듭나려는 행보를 이어갔다.
그러나 손 대표는 집단지도부의 통합이 더 시급한 과제로 보였다. 이날 광주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손 대표와 정동영, 정세균 최고위원이 미묘한 신경전을 펼친 탓이다. 손 대표가 먼저 전날 강원도 고랭지 배추밭 방문 얘기를 꺼내며 ‘생활우선정치’를 강조하자, 정동영 최고위원은 “민주당은 전당대회에서 진보적 정체성을 명확히 했다. 당 정체성은 대표 개인의 정체성이 아니라 당헌과 강령이 정체성”이라고 맞받았다. 중도까지 껴안아야 한다는 손 대표에게 진보노선을 분명히 하라고 압박한 것이다.
이에 거취를 놓고 고민하다 사흘 만에 당무에 복귀한 정세균 최고위원은 “정권교체를 위해 도움되는 일은 선이고, 도움 안 되는 일은 악이다. 당 운영의 기준은 선당후사가 돼야 한다”며 대권에 시선을 둔 손 대표, 정동영 최고위원을 넌지시 겨냥했다.
김해 광주/송호진 기자 dmz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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