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FTA 재협상’ 엇갈린 정치권
정옥임 한나라당 원내대변인은 10일 “한-미 에프티에이는 잘된 것으로, 재협상은 안 된다는 게 당의 입장”이라며 “농산물 조항 등 미국에 유리한 조항들이 있는데, 미국이 자기들한테 불리한 게 있다고 재협상을 요구한다면 한-미 관계에도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한나라당은 지난해 4월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에서 한-미 에프티에이 기존 협정문에 대한 국회 비준동의안을 강행통과시킨 바 있다.
정 원내대변인은 “최근 한-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이 체결되었는데, 한-미 에프티에이의 틀을 바꾸면 (이미 서명한) 한-유럽연합 협정에도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여당 안에선 미국 정부가 재논의 카드로 자국민 보호노력 의지를 보임으로써, 한-미 에프티에이에 대한 미국 의회 비준을 이끌어내려는 국내 설득용 전략 아니냐고 보는 시각도 있다.
재협상론과 신중론이 공존하는 민주당은 당내에 한-미 에프티에이 처리방향을 검토하는 특위를 설치해 당의 공식 입장을 정하기로 했다. 지도부에서 손학규 대표와 정세균 최고위원은 신중론 쪽에 서왔다. 정세균 최고위원은 “이명박 정부 속성상 재협상을 하면 퍼주기 협상을 할 것”이라며 “이미 체결한 내용을 존중하든지 아니면 차라리 한-미 에프티에이를 관둬야 한다”는 태도다. 자칫 재협상을 시도하다 기존 협정문만도 못한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동영, 이인영, 천정배, 박주선, 조배숙 최고위원 등은 미국이 자동차·쇠고기의 추가양보를 압박하는 상황에서 ‘투자자의 국가 제소’(미국 투자가가 한국 정부를 상대로 직접 소송제기), 서비스 분야 ‘네거티브 리스트’(수입 자유화하되 수입금지 품목만 열거하는 방식) 등의 독소조항 삭제를 내걸고 전면 재협상을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정동영 최고위원은 10일 보도자료를 내어 “한-미 에프티에이는 국민적 합의는커녕 법에 규정된 공청회도 파행으로 이끌며 밀어붙인 사안”이라며 “우리만 가만있으면 재협상 의제는 미국 중심으로 끌려갈 것”이라고 말했다.
진보정당도 전면 재협상을 촉구하고 있다. 이정희 민주노동당 대표는 이날 “한-미 에프티에이는 농업을 비롯한 국내 산업에 치명적 피해를 안겨 줄 뿐 아니라, 한국경제를 금융위기가 발생한 미국식으로 바꾸겠다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송호진 이정애 고나무 기자
dmz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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