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증인채택 거부에 “권력형 게이트 의혹” 제기
민주당이 14일 라응찬 신한금융지주 회장의 차명거래와 권력 핵심과의 유착 의혹을 검찰과 금융감독원이 묵인하지 않았는지를 국정조사나 특별검사를 통해 규명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나섰다. 또 신한금융지주의 재일동포 주주들이 이날 라 회장을 비롯해 신상훈 신한지주 사장, 이백순 신한은행장 등 최고경영진 3명의 동반 퇴진을 촉구하는 결의문을 채택해 ‘신한사태’가 새로운 국면으로 치닫고 있다.
조영택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당 고위정책회의에서 “금감원과 검찰이 왜 1년 반 동안이나 라 회장의 금융실명법 위반 행위를 발견하고도 묵인했고, 그 묵인을 하게 된 배후가 누구인지 밝혀야 한다”며 “권력형 게이트로 비화되고 있는 라 회장에 대한 여러 의혹을 해소하는 데 국정감사가 부족하다면 국정조사와 특별검사제라도 실시해 국민 앞에 규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그는 “검찰은 라 회장의 차명계좌와 관련해 문제가 된 50억원의 출처만 조사했다는데, 제보에 의하면 차명계좌가 더 큰 규모라고 알려지고 있다”며 “얼마나 큰 규모의 차명계좌와 비자금을 운영하고 있었는지 반드시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근 국회 정무위원회 국감에선 금감원이 지난해 5월 조사에서 라 회장이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에게 건넨 50억원 중 38억원이 차명계좌에서 인출된 것을 파악했지만 관련 서류가 검찰에 압수됐다는 이유를 들어 추가 조사를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민주당은 권력 실세의 외압 탓에 라 회장에 대한 조사가 소극적인 건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들은 의혹의 당사자인 라 회장의 국감 증인 채택을 요구하고 있지만 한나라당은 거부하고 있다. 이용섭 의원 등 민주당 기획재정위원들은 이날 성명을 내어 “라 회장의 비자금 차명계좌 조성과 금융당국의 은폐 의혹에 대해 국회가 직접 나서지 않고는 국민적 의혹 해소는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한편 신한금융의 재일동포 원로 주주들은 이날 오후 일본 오사카 뉴오타니호텔에서 주주모임을 열어, “경영진 3명은 이번 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고 즉시 사임하고, 새 경영진을 시급히 선임해 경영체제를 확립할 것을 요구한다”는 내용의 결의문을 발표했다.
이날 주주모임에는 간사이(관서)지역 재일동포 주주들과 신한지주의 재일동포 사외이사 4명, 신한은행의 재일동포 사외이사 1명 등 130여명이 참석했다. 신한금융 창립의 주축이자 17%의 지분율로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해온 재일동포 주주들이 핵심 3인방의 퇴진을 공개적으로 요구하고 나섬으로써 신한사태는 급물살을 타게 됐다.
송호진 김수헌 기자 dmz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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