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경률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위원장(맨 왼쪽)이 22일 오후 국회 행정안전위 회의장에서 집시법 기습상정을 시도하려 하자 백원우(맨 오른쪽부터), 장세환 민주당 의원이 거세게 항의하며 의사봉을 잡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한나라-민주 원내대표 ‘합의처리’ 의견 모아
한나라당이 22일 야간집회를 규제하는 내용의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 기습 상정하려 시도했으나 야당의 반발로 무산됐다. 여야 원내대표는 집시법 개정안의 상임위 상정을 당분간 유보하기로 합의했다.
김무성 한나라당 원내대표와 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밤 국회에서 만나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합의처리한다는 원칙에 의견을 모았다. 김 원내대표는 기자간담회에서 “정기국회에서 논의할 중요한 법안이 많고 예산안도 있어 국회 파행은 안 된다는 데 합의하고 집시법 개정안 상정을 유보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김 원내대표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의 성공 개최를 위해 이 기간 집회시위를 자제하도록 양당 원내대표가 호소하기로 했다”며 “정기국회 남은 일정이 원만히 처리되도록 (여야가) 협의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김 원내대표는 “오늘 이후에도 단독으로는 상정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제 말에 다 포함돼 있다”고 답해, 25일부터 3일간 진행되는 본회의에 집시법 개정안을 직권상정하지 않겠다는 뜻을 비쳤다. 박 원내대표는 간담회 뒤 기자들에게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 때 민주주의를 하니 시위가 없어졌다. 국민을 믿어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한나라당 소속 안경률 행안위원장은 국정감사 도중 갑자기 집시법 개정안의 상임위 상정을 시도했다. 안 위원장은 1차 질의가 끝난 뒤인 저녁 6시40분께 갑자기 “감사 중지를…”이라고 말하며 지휘봉을 들고 집시법 개정안을 상정하려 했다. 그러나 민주당 백원우, 장세환 의원과 조승수 진보신당 의원 등 야당 의원들이 지휘봉을 잡아채며 몸으로 막아 불발에 그쳤다.
한편 민주주의법학연구회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은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한나라당이 추진하는 집시법 개정안의 강행처리를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연 뒤, 국회 사무처를 방문해 두 단체의 공동 의견서를 제출했다. 이들은 의견서에서 ‘폭력적 야간집회로 인해 사회적 혼란이 야기된다’는 한나라당의 주장에 대해 “경찰청 통계를 보면 우리나라 불법폭력시위는 전체 집회의 0.5%에서 0.7%로 세계적인 수준에 비교해서도 상당히 적은 숫자이며 그 발생추이도 해마다 감소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기 때문에 이로 인한 ‘사회적 혼란’은 전혀 근거가 없다”고 밝혔다. 안경환 서울대 교수 등 전국 법학자 100명도 이날 “야간 옥외집회를 금지하는 것은 국민의 기본적인 인권 보호라는 헌법정신에 반한다”며 집시법 개정 반대 선언문을 발표했다. 고나무 송채경화 기자 dokk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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