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청원경찰친목협의회(청목회)의 입법로비 의혹 수사와 관련해 지역구 후원회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당한 민주당 강기정(앞쪽 옆모습 보이는 이부터 시계 방향), 최인기, 유선호, 최규식 의원이 7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했다. 탁기형 선임기자 khtak@hani.co.kr
정치권, 연일 검찰 성토
여권 당혹 ‘당·정·청 9인’ 회동…“시종 무거운 분위기”
민주당 긴급 의원총회 “이대통령 사과” 촉구결의
예산안 처리 난항 예고…‘공수처’ 도입 목소리도
여권 당혹 ‘당·정·청 9인’ 회동…“시종 무거운 분위기”
민주당 긴급 의원총회 “이대통령 사과” 촉구결의
예산안 처리 난항 예고…‘공수처’ 도입 목소리도
정치권이 7일 전국청원경찰친목협의회(청목회)의 입법로비 수사를 명분으로 한 검찰의 국회의원 사무실 및 자택 압수수색에 대해 “입법부를 위협하는 과잉수사”로 규정하며 거세게 반발하고 나서 새해 예산안 심사 등 향후 정치 일정이 혼돈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또 정치권에서는 공직자비리수사처 등 검찰 권력에 대한 견제 장치 마련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와 주목된다.
■ 야당 전면전, 여당 곤혹 민주당은 이날 긴급의원총회를 열고 이번 사태를 ‘국회에 대한 전쟁선포’로 규정하며 여권과의 전면전을 선언했다. 민주당은 △이명박 대통령의 즉각 사과 △김준규 검찰총장의 즉각 사퇴 △대포폰과 민간인 불법사찰 사건 국정조사와 특검 △공직자비리수사처 신설과 검경 수사권 분리 등을 담은 4개항의 결의문을 채택했다. 이번 사태의 책임이 궁극적으로 이 대통령에게 있다는 것을 명확히 하면서, 청와대와 검찰의 성의 있는 태도 변화를 정국 정상화의 선결 조건으로 내건 것이다.
민주당은 8일 국회에서 ‘4대강 사업 저지 결의대회’와 검찰 수사 규탄대회를 공동으로 진행하고, 상임위별로 사정정국의 행태를 추궁하기로 했다. 자유선진당도 청목회 사건을 다룰 국회 긴급현안 질의를 제안하는 등 여권을 겨냥했다.
여권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면서, 이날 밤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열린 당·정·청 9인회동에서 대응책 마련에 부심했다. 안상수 한나라당 대표는 압수수색당한 의원들의 사례를 구체적으로 언급하며 정부와 청와대에 항의했고, 김무성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야당과 해야 할 일이 많은데, 상황이 어렵게 됐다”고 불만을 토로한 것으로 알려졌다. 안 대표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청와대와 정부에 정치후원금 계좌는 이미 공개가 됐는데 검찰이 왜 과잉수사를 벌이느냐고 강하게 유감을 표명했다”고 말했다. 임채민 국무총리실장은 “두시간 반 (회동) 동안 시종 무거운 분위기였다”고 전했다.
■ 예산심사 차질 현실화 한나라당은 검찰 수사로 국회의 새해 예산안 심사 및 입법 일정 자체가 흐트러지지 않을까 우려하며, 검찰 수사와 예산 심사를 분리하려 안간힘을 쓰고 있다. 안형환 대변인은 “정기국회 핵심 임무는 예산 심사로 검찰 수사 등 외부적 요인을 핑계로 이번 정기국회에서 예산심사를 소홀히 한다면 국회의 직무유기”라며 “희망 주는 국회의 모습을 보이도록 야당의 철저한 협조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나라당 안에서조차 청와대와 검찰의 자충수로 예산안 처리가 더 어렵게 됐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한나라당의 한 예결위원은 “309조6천억원의 새해 예산안 심사를 앞두고 검찰을 앞세운 행정부가 입법부를 위협하면서, 사실상 12월2일 법정시한 안 예산안 처리는 물건너갔다”며 “모든 책임은 청와대가 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친이 직계로 분류되는 한 예결위원도 “검찰 수사로 여야의 대치가 아닌 정치권과 대통령·검찰의 전선이 형성되면서 예산 처리가 그 어느 때보다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 검찰개혁 불붙나 정치권에선 이번 기회에 견제받지 않은 검찰 권력에 대한 통제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잇따르고 있어 주목된다. 민주당은 검찰의 전횡을 막기 위해 공직자비리수사처 신설과 검경수사권 조정 등 검찰개혁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회 사법제도개선 특별위원회 검찰개혁소위원장인 박주선 최고위원은 “공수처 도입을 관철해야 하며, 검경수사권 조정도 재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국회 사법제도개선특위에서 이 문제를 공론화하기로 했다.
한나라당의 기류는 엇갈린다. 검찰 수사를 “과잉”이라고 비판해온 안상수 대표, 홍준표 최고위원 등 검사 출신 의원 다수는 “공수처는 대안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공수처 도입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한나라당 한 핵심 당직자는 “당 지도부는 물론 청와대 민정수석·정무수석도 검찰의 압수수색을 사전에 몰랐다고 한다”며 “결국 아무런 견제도 없는 무소불위의 검찰 권력을 어떻게 통제할지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신승근 송호진 성연철 기자 sk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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