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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영포 인맥’ 청 행정관, ‘형님’에 맞선 인물 무차별 사찰

등록 2010-11-17 20:35수정 2012-01-26 17:28

이석현 민주당 의원이 17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민간인 사찰이 광범위하게 이뤄졌음을 보여주는 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 직원의 수첩 복사본을 공개하고 있다. 이 수첩에는 총리실 불법사찰 피해자 김종익씨와 김씨가 대표로 있던 케이비(KB)한마음 간부의 연락처 등이 적혀 있다.  김경호 기자
이석현 민주당 의원이 17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민간인 사찰이 광범위하게 이뤄졌음을 보여주는 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 직원의 수첩 복사본을 공개하고 있다. 이 수첩에는 총리실 불법사찰 피해자 김종익씨와 김씨가 대표로 있던 케이비(KB)한마음 간부의 연락처 등이 적혀 있다. 김경호 기자
정태근-정두언 의원 부인·친박 이성헌 등 내사
민정수석에 이상득 견제한 ‘국정원장 문제’ 보고
청와대 직접사찰 정황나와 재수사 요구 커질듯
청와대 행정관이 현직 국정원장과 차장, 야당 대표까지 사찰했다는 이석현 민주당 의원의 17일 폭로는 권력 ‘비선’이 무소불위의 힘을 휘둘렀음을 드러낸다.

여권 한쪽에선 이석현 의원이 지목한 이창화 전 청와대 행정관의 이름이 줄곧 거론돼왔다. 이 전 행정관은 경북 포항 출신으로 본래 국정원에서 일하다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박영준 당시 청와대 기획조정비서관(현 지식경제부 차관) 밑에서 행정관으로 일한, ‘박영준 인맥’의 대표적 인사다. 이른바 ‘영포라인’에 속한다. ‘이상득-박영준’으로 이어지는 ‘형님라인’을 공격했던 정두언·정태근 의원의 부인이 ‘영포라인’에 속한 이씨의 사찰을 당했다는 얘기다.

■ 국정원 파워게임에 관여 이 의원은 이 전 행정관이 국정원 안에서의 파워게임에 사찰이란 무기를 사용했다고 주장한다. 경남 남해 출신이며 부산 ㅂ고를 졸업한 김성호 전 국정원장이 부산·경남 인맥을 챙기며 이상득 의원의 최측근인 김주성 전 기조실장 인맥을 견제하고 나서자, 이 전 행정관이 이종찬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2008년 2~6월 재임)에게 ‘김성호 원장 체제의 문제점’을 보고하기 시작했다는 게 이 의원의 설명이다. 김성호 전 원장은 2008년 3월 김용철 변호사가 폭로한 ‘삼성 떡값 검사’ 명단에 자신이 들어가자 서울 압구정동 ㅁ룸살롱에서 이종찬 수석을 만나 자신의 사정을 해명했는데, 나중에 이 전 행정관이 이 룸살롱의 여주인을 만나 조사를 벌여 이를 후임 민정수석인 정동기씨(2008년 6월~2009년 7월 재임)에게 보고했다는 것이다.

이 전 행정관은 청와대 파견근무를 마친 뒤 국정원으로 복귀하려 했으나 김성호 당시 국정원장이 자신에 대한 이씨의 사찰을 알고 이를 거부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 전 행정관은 결국 총리실로 옮겼다가 지난해 4월에야 국정원으로 복귀했다.

이에 대해 김성호 전 국정원장은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그 문제는 내 관심 사항이 아니다. 난 그 문제를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지 않다”며 “내가 아는 내용이 아니다. 기억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 ‘형님’에게 맞선 여권 인사 사찰 2008년 3월 18대 총선 공천을 앞두고, 갓 출범한 정권이 ‘강부자’ ‘고소영 내각’ 등 각종 인사 문제로 위기에 놓이자, 여당의 이재오·정두언·정태근·남경필 의원 등은 이상득 의원 퇴진운동을 주도했다. 하지만 이상득 의원은 총선에 출마했고, ‘형님’에 대한 항명은 흐지부지됐다. 이 전 행정관이 이후 노린 것은 당시 형님에게 반기를 든 이들이었다. 이석현 의원은 이 전 행정관이 정두언 의원의 부인인 이아무개씨가 운영하는 화랑과 정태근 의원 부인 한아무개씨가 부사장으로 있는 회사도 사찰했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정두언 의원은 이 전 행정관이 자신의 아내를 사찰한 사실을 알고 국정원에 인사조처를 요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9월 이런 의혹이 국회 정보위에서 일부 제기되자 원세훈 국정원장은 “이창화가 당시 국정원의 월급은 받고 있었으나, 청와대 파견으로 지휘권을 갖고 있지 않아 그 문제에 대해 뭐라고 답할 수 없다”고 답한 바 있다.

이 의원은 또한 “이 전 행정관이 이재오 의원 쪽인 전옥현 당시 국정원 1차장의 부인도 내사했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전 전 1차장의 부인은 자녀교육 때문에 미국 뉴욕에 거주하고 있었는데 뉴욕 주재 국정원 직원 한아무개씨가 고유 정보업무는 제쳐두고 전 전 차장의 자녀들을 뒷바라지하는 데 전념하고 있다고, 이 전 행정관이 청와대에 보고했다는 내용이다. 이 전 행정관은 또한 사찰 결과 2008년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와병설 기사를 언론에 흘린 것도 전 전 1차장이라고 밝혀냈으며, 전 전 차장은 이후 김성호 원장과 함께 퇴임했다고 이 의원은 밝혔다. 이와 관련해 전옥현 홍콩 총영사는 “생전 처음 듣는 일”이라며 “상식적으로 그런 일이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 야당 대표까지 사찰 이 의원은 이 전 행정관이 당시 당 대표였던 정세균 민주당 최고위원과 친박 핵심 인사인 이성헌 한나라당 의원도 사찰했다고 주장했다. 같은 친박계인 홍사덕 의원은 이성헌 의원도 불법사찰의 피해자라고 밝힌 바 있다. 정세균 최고위원은 이와 관련해 “얘기하고 싶지 않다”고 입을 닫았다. 이귀남 법무부 장관은 이날 이석현 의원이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이 전 행정관의 사찰 문제를 묻자, “검찰 수사와 관련 없는 일”이라고 답했다.

이 전 행정관이 청와대에서 누구의 지시를 받았는지, 사찰 과정에서 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과 협의를 했는지, 민간인 불법사찰에 관여한 의혹을 받고 있는 이영호 전 고용노사비서관, 구속된 이인규 공직윤리지원관과는 어떤 관계인지 등이 앞으로 밝혀져야 할 대목이다.

이 의원의 이번 폭로로 ‘청와대 대포폰’과 민간인 불법사찰 사건 등에 대한 재수사 요구에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이유주현 기자 edig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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