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자금법 개정안’ 발의…대가성 여부 따질 여지도 차단
여야가 기업과 단체의 정치후원금 기부를 부활시키는 등 정치자금을 대폭 풀어주는 내용의 법 개정을 추진하고 나섰다. 개정안엔 청목회 수사를 계기로 불거진 ‘대가성 후원금’ 문제와 관련해 ‘포괄적 뇌물죄’를 피해 갈 수 있는 각종 규정도 담겨 있어 ‘검찰수사 방탄용 법안’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민주당 간사인 백원우 의원은 지난 30일 정치자금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법안은 민주당 의원이 제출했지만 한나라당과도 대체적인 공감을 이룬 것으로 전해졌다. 개정안은 단체의 경우 연간 3억원의 범위에서 하나의 후원회에 연간 1000만원까지 후원금을 기부할 수 있도록 했고, 상장법인은 연간 3억원, 비상장법인은 연간 1억5000만원의 범위에서 선거관리위원회에 기탁할 수 있도록 했다. 기업은 선관위에 낸 기탁금의 40% 한도 이내에서 특정 정당에 지정기탁하는 것도 가능하도록 했다. 이런 방향으로 정치자금법이 개정되면 청목회 같은 단체 회원들은 굳이 10만원씩 후원금을 쪼개지 않고도 단체의 이름으로 국회의원 1인당 1000만원까지 후원하는 게 가능해진다.
개정안은 특히 국회의원이 자신의 ‘정치활동’과 관련해 후원금을 받은 때엔 ‘특정행위’와 관련된 정치자금 수수로 보지 않도록 명문화해, 청목회 수사 때처럼 검찰이 정치자금 수수에 대가성 여부를 따질 수 있는 여지를 없앴다. 그동안 청목회 수사 과정에서 여야 정치인들은 청원경찰들을 위한 법 개정 노력을 “정당한 정치활동”이라고 주장해온 반면, 검찰은 “특정 이해단체의 로비를 받아 추진한 입법행위”라는 입장이었다.
또 개정안은 기부 내역이 공개된 후원금에 대해선 후원회와 정치인이 정치자금법 이외의 다른 법률에 따른 형사상 책임을 지지 않도록 했고, 정치자금 범죄는 선관위 고발이 없으면 기소가 불가능하도록 했다. 한 검찰 간부는 “수사 도중에 법이 바뀌어서 처벌 조항이 없어지거나 근거가 사라지면 수사가 어려워진다”며 “청목회 수사를 계기로 정치권이 더 깨끗한 쪽으로 가는 게 아니라 퇴보하는 선택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규제를 푼 만큼 투명성을 높이는 노력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민전 경희대 교수는 “아무리 소액 후원금이라고 하더라도 기부자의 소속·직위·직장명 등을 공개하고 후원금 사용 내역도 인터넷에 상시적으로 게재하는 등 후원금의 출입경로를 투명하게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이유주현 기자 edig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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