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치기 못막아 죄송” “유신 부활”
민주당, 대정부투쟁 목소리 높여
민주당, 대정부투쟁 목소리 높여
“의원들이 피가 나면서도 (본회의장을) 그래도 지키겠다고….”
이 대목에서 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는 말끝이 흔들리더니 결국 울먹였다. 그의 말을 듣고 있던 최영희 의원은 몸을 숙였다. 자신의 눈물을 감추기 위해서였다. 8일 한나라당이 내년도 예산안을 단독 통과시킨 직후 열린 민주당 의원총회장엔 ‘분함’과 수적 열세 탓에 허망하게 당한 ‘허탈함’이 무겁게 흘렀다.
“날치기 패배에 대해 국민 앞에 용서를 구해야 한다”(손학규 대표), “죄송한 말씀을 드린다”(박지원 원내대표)고 말한 지도부는 거대 여당의 진격에 뚫린 야당의 무력함을 절감하는 듯했다. 한 당직자는 “여당이 수를 앞세워 일제히 밀고 들어오니 막아낼 방도가 없었다”고 토로했다.
이날의 ‘완패’는 민주당의 투쟁의지도 자극했다. 강창일 의원은 의총에서 “대표에게 의원직 사퇴서를 맡기고 강하게 싸우자”고 했고, 장세환 의원은 “‘근조 민주주의’가 적힌 검은 리본을 달자”고 제안했다. 문학진 의원은 “유신과 5공정권의 망령이 오늘로 부활했다”고 개탄했다.
민주당 내에선 정부·여당의 독단적 국정운영에 대해 강하게 대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핵심 당직자는 “현재 지역구별로 민주당 대의원대회가 진행되고 있다. 대의원대회를 광역 단위 등으로 묶어서 전국을 순회하며 정권규탄대회를 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이 당직자는 “민간인 불법사찰, 청와대의 사찰 개입 의혹, 한-미 자유무역협정의 굴욕적 협상 등의 이슈를 살려 정권과 각을 세워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손학규 대표도 이날 의총에서 “여당의 날치기는 끝났지만 민생·민주주의·평화를 위한 우리의 투쟁은 새롭게 오늘 시작한다”며 투쟁의지를 북돋웠다.
그러나 즉각적인 장외투쟁 등 강경대응에 대해 부담스러워하는 분위기도 엿보인다. 의원들이 지구력을 갖고 투쟁에 임해줄지에 대한 우려도 깔려 있다. 다른 당직자는 “여론이 민주당의 장외투쟁을 이해해줄지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9일 최고위원회와 의원총회를 열어 향후 대응전략을 논의하기로 했다.
송호진 기자 dmz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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